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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REVIEW/영화

7광구, 시고니 위버가 될번했던 하지원

by in사하라 201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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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를 봤습니다.
개봉 후 호되게 욕을 먹었던 그 작품을 봤네요. 뭐 결론은 대충 왜 욕먹었는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100억이라는 제작비를 들여 B급 영화를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네요. 게다가 과한 마케팅도 한 몫 했습니다.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에 사람들의 기대가 너무 높아졌던 점이 문제였습니다. 기대가 컸던만큼 사람들의 실망도 컸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리도 혹평을 들었나 봅니다.


시크릿 가든과 7광구
지난 2010년 11월 큰 이슈가 되었던 드라마가 있었죠. 바로 시크릿 가든입니다. 7광구에 대한 기대는 사실 시크릿 가든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시크릿 가든의 마지막 회에서 잠깐 등장했던 대본 때문인데요. 하지원의 차기 작품의 대본이 드라마에 직접 사용되어 큰 화제가 되었었죠. 바로 그 대본이 7광구의 대본이었습니다. 마지막 회 방송 후 7광구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던 기억이 1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나네요. 게다가 시크릿 가든에서 하지원의 아버지로 등장했던 배우가 7광구에서도 하지원의 아버지로 등장한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시크릿 가든을 통해 7광구가 사실상 최초로 대중에 노출되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사람들은 7광구가 크리쳐물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됩니다. 크리쳐물은 매니아층이 두터워 작품성만 갖춘다면 쉽게 흥행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 사실을 알고 기대하기 시작했었죠.


걸출한 배우들 총집합 그러나,,


7광구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화려한 출연진 덕분이죠. 하지원을 비롯해 안성기, 오지호, 이한위, 박철민, 송새벽까지 영화계에서 영향력 높은 주연, 조연급 배우들이 포진해 있었던 것이죠. 특히 국민배우 안성기의 출연은 작품성에 대한 보험이라는 느낌까지 주었습니다. 7광구의 이런 화려한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그리고 흥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 CG와 헐리우드식 시나리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7광구가 가장 욕을 먹은 이유는 바로 CG에 있습니다. 100억원이라는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7광구의 CG는 정말 어색하기 짝이없습니다. 괴물의 그래픽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CG로 탄생한 배경과 인물 조화에 있습니다. 게다가 세트의 사실감도 많이 떨어졌는데요. 1998년에 제작된 아마겟돈과 2011년에 제작된 7광구의 시추선을 비교해보면 7광구의 세트가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어색한지 알 수 있습니다.

7광구 최악의 장면을 꼽으라면 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지원과 오지호, 극중 차해준과 김동수의 오토바이 경주 장면을 선택하겠습니다. 시추선 위에서 벌어지는 오토바이 레이싱 자체가 말이 안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현실성 문제를 배제하더라도 이 장면은 너무 어색하기 짝이없습니다. 배경과 인물이 따로논다는 느낌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바로 오토바이가 등장하는 씬들입니다.

영화의 대본은 오글오글 그 자체였습니다. 과거 헐리우드 괴수 영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습니다. 수없이 봐왔던 영화들중 하나일 뿐이었죠. 다음 장면은 보지 않아도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장르의 영화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긴장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지루하다는 느낌마저 들게 되었죠. 게다가 중간중간 너무 어색한 대사들 덕분에 영화에 대한 집중은 수시로 깨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화 내용의 현실감 부재도 안타까웠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갑자기 화염 방사기가 등장하고, 시추선을 Blow out 시키는 장면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시추선에 정말 폭파 기능이 존재할까요? 제가 시추선을 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생활하는 시추선에 그런 폭파 장치를 했을리가 없다 생각합니다. 현실성을 너무 배제한 채 연출한 게 아닌가 싶네요.



한국의 시고니 위버가 될번했던 하지원
시고니 위버에일리언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를 통해 여전사라는 이미지를 대중에 완벽하게 굳혔죠. 배우 하지원은 국내의 여타 여자 배우들과는 조금 다르죠. 다소 중성적인 매력으로 대중에 어필하고 있는데요. 덕분에 역할도 다소 그런 역할들을 맡고 있습니다. 그녀가 7광구를 통해 여전사 이미지를 완벽히 굳힐 수도 있었습니다. 7광구에서 하지원은 촬영하면서 정말 많은 고생을 했을 것 같더군요. 그녀의 열정과 고생의 흔적은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그렇게 한국의 시고니 위버가 탄생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아쉽게도 시나리오와 CG, 연출 이 삼박자가 완벽히 부조화를 이룬 덕분에 한국의 시고니 위버는 그렇게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  7광구 예고편




한국 영화는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세계 어느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영화들이 매년 하루가 멀다하고 개봉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측면에서는 특히나 괄목할만한 성장이 있었죠.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를 받쳐줄 기술력이 아직까지 많이 부족합니다. 좋은 시나리오를 최고의 기술력으로 표현해 줄 엔지니어들이 많아져야 지금의 문제들이 해결될 것 같네요.

물론 7광구는 시나리오에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옳습니다. 개인적으로 7광구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연출했던 목포는 항구다는 재미있게 봤었는데, 김지훈 감독이 부디 다음 영화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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