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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REVIEW/영화

퍼펙트 센스, 차가운 도시에 휴머니티를 퍼뜨리자.

by in사하라 2012.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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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센스를 봤습니다.
퍼펙트 센스를 단순한 멜로영화라고만 알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의 제 생각과는 조금 다른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퍼펙트 센스는 단순한 멜로영화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퍼펙트 센스를 보기 전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했던 또 하나의 멜로영화, 비기너스가 저랑 맞지 않아 보고도 결국 리뷰조차 남기지 않았었습니다. 비기너스는 전반적으로 평이 좋은 영화였는데 유독 제게는 맞지 않았던 것 같네요. 그래서 비슷한 분위기의 멜로영화로 보이는 퍼펙트 센스를 보기전 저는 이미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퍼펙트 센스의 주연이자 비기너스의 주연인 이완 맥그리거도 이러한 편견에 한몫했습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퍼펙트 센스는 흥미로운 영화였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재난을 품은 멜로영화
퍼펙트 센스는 단순한 멜로영화가 아닙니다. 재난을 품은 멜로영화라 표현한 이유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에 전인류가 위협 받는 상황에서 피어나는 마이클과 수잔의 사랑이 바로 퍼펙트 센스의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죠.

재난 영화에는 다양한 스타일이 있습니다. 재난 영화의 명작으로 꼽히는 투모로우2012처럼 스펙타클한 CG로 무장한 영화들, 28일후, 새벽의 저주, 나는 전설이다와 같은 좀비물, 그리고 최근 리뷰했던 컨테이젼과 같이 차가운 시선으로 현실감 있게 사건을 전개하는 스타일 등이 있습니다. 퍼펙트 센스를 이 범주안에 포함시킨다면 컨테이젼과 같은 부류의 재난영화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난의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을 조용하고 현실감 있게 표현한 컨테이젼처럼 퍼펙트 센스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라는 인류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현실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안에 마이클과 수잔의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접목시킨 것이죠.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
우리에게는 오감이라 부르는 다섯가지 감각이 있습니다. 후각, 미각, 청각, 시각, 촉각이 바로 오감, 인간이 느끼는 다섯가지 감각입니다. 영화 퍼펙트 센스의 전염병은 이러한 인간의 감각을 하나씩 앗아갑니다. 감각을 잃기 전에는 감정의 폭발이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가장 먼저 슬픔이라는 감정의 폭발 후 사람들은 후각 잃어갑니다. 그리고 공포감을 느낀 후 미각, 분노를 느낀 후 청각을 상실하게 됩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잃게되는 감각은 시각이죠. 흥미로웠던 점은 시각을 상실하기 전에는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감정과 감각을 묘하게 연결해 놓은 감독이 유독 시각의 상실 단계에서 별다른 증상을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시각의 상실 단계가 발생하는 당일 아침 사람들은 후각, 미각, 청각을 잃었음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에 감사합니다. 별다른 문제 없이 시작 된 하루에 행복해 하고 여전히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가족과 연인,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끼죠. 이러한 행복감이 시각 상실 전 증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Life goes on
삶은 계속 된다.
마이클의 대사입니다. 후각을 잃고, 미각까지 잃자 레스토랑의 존재는 무의미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삶은 계속 됩니다. 후각을 잃었지만 사람들은 적응했습니다. 자신들이 원래 있어야 할 정확한 위치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미각을 상실합니다. 충격은 이전보다 컸지만 여전히 그들의 삶은 계속됩니다. 청각의 상실에도 삶은 계속됩니다. 일부 사람들은 폭동을 일으키고 약탈을 하기도 하지만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여전히 직장에 출근하고, 퇴근을 하며, 레스토랑을 찾습니다. 맛을 느끼지 못하지만 음식의 질감과 온도가 맛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청각을 상실해 듣지못하지만 여전히 공연장을 찾아 소리 대신 진동을 느끼며 만족을 느낍니다. 인류의 역사가 이미 알고 있듯 인간은 오랜기간 적응하며 진화해왔습니다. 그렇게 높은 적응력으로 감각의 상실에 순응합니다.



퍼펙트 센스 Perfect Sense
마이클과 수잔의 사랑은 계속됩니다. 후각을 잃었지만 그들은 사랑합니다. 미각을 잃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사랑합니다. 청각을 잃는 과정에서 잠시 멀어지지만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합니다. 시각을 잃는 순간까지도 그들은 사랑합니다.

마치 이들의 사랑은 시험받는 것 같습니다.
후각을 잃어도 너희들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느냐며 후각을 앗아갔지만 그들은 여전히 사랑을 이어가죠. 미각과 청각, 시각까지 상실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 감각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상대방의 향기와 목소리는 사랑을 전제하는 중요한 요소들이죠. 이러한 감각들 하나하나를 배제시키며 마이클과 수잔의 사랑은 시험받는 것이죠. 영화가 끝나는 시점에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감각은 바로 촉각입니다. 감독은 마이클과 수잔에게서 촉각까지는 빼앗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연인간의 사랑이란 서로의 존재가 기반해야 하기 때문이죠. 서로의 존재를 촉각으로나마 확인해야만 사랑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계속되었습니다.

|  퍼펙트 센스 M/V



재난영화와 멜로의 결합은 자칫 지루해 질 수도 있었던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습니다.
재난영화와 멜로의 결합은 나름의 시너지를 만들어냈지만 지나치게 재난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보게되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재난영화를 기대하신다면 다른 영화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퍼펙트 센스는 마이클과 수잔 두 캐릭터에 초점을 맞춰서 감상해야합니다. 감각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이어져가는 사랑이 주된 내용이죠.

저는 이완 맥그리거에바 그린의 연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아래 사진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두 사람이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내내 두 배우에 몰입해 감상하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멍해졌습니다. 영화의 묘한 여운이 지금 리뷰를 쓰는 이순간까지도 남아있는 것 같네요. 멜로물 한편 생각나신다면 퍼펙트 센스도 괜찮은 선택이 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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