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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REVIEW/영화

러비 스팍스, 사랑에 관한 무섭고 아름다운 판타지

by in사하라 201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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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비 스팍스 RUBY SPARKS
사랑에 관한 아름답지만 무서운 판타지

조건, 사전적 정의로 "어떤 일을 이루게 하거나 이루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상태나 요소" 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그리고 우리의 삶에서 조건이라는 단어는 많이 쓰여왔지만 요즘은 사랑에 조차 이 조건이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사랑은 무조건 적인 것이다는 말도 있지만, 이런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조건을 따져가며 사랑을 한다. 아니 조건에 따라 사랑인 척 연기하며 산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마음이 아닌 기준과 잣대가 우선하는 그런 세상이다.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고를때 조차 기준과 잣대를 상대에게 들이대며 자신의 조건에 1cm, 1mm 까지 들어 맞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게 요즘의 세태다. 남자는 배우자를 고를 때(사실은 고른다는 말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고른다는 말인가.) 얼굴, 키, 몸매와 같은 외모로 상대를 평가하고 측정하며 여자는 남자의 직업, 연봉, 학벌 따위가 배우자 선택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은 가차없이 탈락!

결혼 정보 업체에서는 직업, 연봉, 외모 및 가정 환경 등을 기준으로 사람에 등급을 매긴다. 도살한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등급 도장을 찍듯 사람에게도 등급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자기보다 높은 등급의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한다. 중국에서는 여자들이 상류층 남자와의 결혼을 위해 면접을 보기도 한다. 그녀들은 외모 뿐만 아니라 바느질 솜씨와 같은 가사 능력 등을 기준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사람이 상품화 되고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등급이 매겨지고 시장에 올려진다. 먼 옛날 노예 시장과 다르지 않다. 다만 노예들은 타의에 의해 팔려가지만 현대인들은 자의로 자신을 상품화 하고 팔려간다.

영화 러비 스팍스는 아름다운 판타지 영화이다. 포탈 업체에서도 이 영화의 장르를 멜로, 판타지, 코미디로 분류했다. 하지만 내 눈에 러비 스팍스는 사랑에 관한 아름답지만 무서운 진실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 내용은 전혀 무섭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는 조금은 무서웠다. 영화에서 현실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감독이 의도한 내용인지 아니면 그저 내 눈에만 그렇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위에서 이야기한 사랑과 조건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었다.

러비 스팍스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이러하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베스트 셀러 작가 캘빈이 새로운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새로운 작품 속 여주인공 루비가 원래부터 존재한 사람인 것 처럼 등장하게 된다. 그녀는 캘빈이 쓰는대로 변하고 행동한다. 캘빈은 루비를 사랑하고 이런 과정에서 생기는 일들이 러비 스팍스 줄거리이다.


배우자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아마도 배우자 선택에 있어 조건을 중시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매우 흥미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의 배우자의 배경 뿐만 아니라 성격과 행동까지도 쓰기만 하면 바꿀 수 있다니 요즘 기준에 따르면 금상첨화가 아닌가? 영화 속 캘빈의 형은 이런 말까지 한다. "그렇다면 넌 그녀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겠네? 그럼 변화를 좀 줘봐. 예를들면 글래머, 롱다리 이런 것들 ...(중략)... 넌 그녀를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어, 이건 남자의 로망이야. 세상의 모든 남자를 위해 그런 여자를 떠나 보내지 마!" 캘빈의 형이 한 말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조건의 배우자를 만나고 싶어하고, 처음부터 그런 상대를 만날 수 없다면 조건에 맞도록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캘빈도 처음에는 그의 형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면 갈등은 피할 수 없는법. 결국 캘빈도 자신이 창조한 루비와의 갈등을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녀를 원하는대로 변화시켜 보지만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못하다. 영화는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맞추더라도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메시지가 보였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굉장히 공감이 됐다. 삶이란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살아 가는 것이다. 그 안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갈등은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제 아무리 자신의 조건에 맞는 배우자를 만나더라도 결국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저 양보할 따름이다. 한 걸음 양보하고 맞춰가며 살아가야한다. 이혼률이 증가한 원인은 이런 삶의 방식을 잃어버린 까닭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조건에 맞는 사람, 자신의 이상향에 부합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지만 이런 사람을 만나는 사람은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수십년 다른 삶과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가는 것이 부부라는 연이다. 수십년간 다른 삶을 살았으니 또 다른 수십년은 함께 맞춰가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적힌 체크리스트가 행복을 결정하는 절대 조건일 수는 없다. 그러나 배우자 선택에 있어 조건을 중시하는 이런 삶의 행태는 쉽게 변화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최소한 조건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인지했으면 한다. 그리고 조건 외 나머지 부분,들, 살면서 생길 갈등에 대해서 조정하고 양보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이 못마땅하다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헤메는 이들이 이 영화 러비 스파크를 한번 봤으면 한다. 그리고 사랑과 조건의 상관 관계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물론 이 영화는 첫사랑의 설렘과 즐거움도 함께 선사 할 것이다.


 RUBY  SPARKS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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