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사하라/이런저런 이야기

도심을 누비는 죽어도 날지 않는 새

by in사하라 2010. 4. 2.
300x250



  서울 도심 어디를 가더라도 볼 수 있는 새가 있죠. 바로 비둘기 입니다. 특히나 공원이나 차량의 출입이 적은 공터 같은 곳에서는 굉장한 무리의 비둘기를 볼 수 있습니다. 평화의 상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비둘기는 어느덧 도시의 골칫덩이로 전락했습니다. 뒤뚱뒤뚱 목을 앞뒤로 움직이며 걸어다니는 비둘기는 더이상 평화의 상징으로서의 이미지를 상실해버린 닭둘기 입니다. 그렇게 새로이 날지않는 새 닭둘기가 세상에 등장합니다. 닭은 인간이 사육을 시작하면서 먹이를 따로 구할 필요성이 없어졌고 이에 적응되어 결국은 오늘날 처럼 하늘을 날지 못하는 새가 되었습니다. 애초에 인간이 의도에 따른 결과였던 것이죠. 반면에 비둘기는 인간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스스로 하늘을 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물론, 인간이 만들어 놓은 환경 때문이기는 합니다. 아마도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는 도심은 비둘기의 생존에 가장 적합한 환경인듯 싶습니다.



[비둘기를 느끼는 인식의 전환 양상 : 평화의 상징 → 그냥 비둘기 → 지긋지긋한 닭둘기]




비둘기는 왜 많아졌는가?

  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당시 수많은 비둘기를 날려보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민국에 비둘기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없으리라 봅니다. 다만 좀더 그 내막을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88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했던 비둘기들은 모두 행사를 위해 사육을 거친 비둘기들 이었습니다. 비둘기들은 원래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회귀본능을 가지고 있죠. 거기에 사육을 거쳤기에 당시에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리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비둘기들 중 일부는 돌아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둘기는 전국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단순히 이러한 이유로만 비둘기가 많아지게 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시발점은 88올림픽이었습니다. 그후 비둘기들은 서울 도심을 날아다니며 각종 쓰레기와 음식물을 먹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도심속의 생활은 비둘기들이 각종 환경호르몬과 중금속 등의 오염물질의 섭취를 증가시킵니다. 이러한 물질들을 다량 섭취하게 된 비둘기들은 그 생태주기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동물은 번식기가 존재합니다. 정확히 번식기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번식을 위한 만족스러운 환경이 제공되어야만 번식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주기에 이상이 온 비둘기는 언제든 번식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도심의 빌딩은 바람을 막아주고, 겨울에도 비교적 높은 온도를 제공해 주게 되었습니다. 적절한 번식 장소만 찾게되면 비둘기는 당장이라도 번식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비둘기는 1년 365일 때를 가리지 않고 번식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새 그 개체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증가하게 됩니다. 거기에 현재까지 도심에는 비둘기의 개체수를 조정해줄 상위 포식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도심의 생태 피라미드의 가장 상위에 위치한 동물이 바로 비둘기인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들을 통해 현재의 닭둘기가 탄생하게 됩니다.


비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


[혐오감을 주는 비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저 어린아이에게 어찌 저런 시련을..]




  비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비둘기들 덕분에 제대로 거리를 걷기조차 힘들어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럴법도 합니다. 필자는 비둘기를 무서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독히도 더러워 보이는 그놈들이 필자 앞에서 푸드득 거리며 하늘로 뛰어오르면(그리 오래 날지 않기에 뛰어오르는 정도로 보입니다) 상상을 초월할 듯한 세균이 주변으로 퍼지는 것 같아 혐오감을 느끼곤합니다. 기존에 단순히 새를 싫어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현재의 비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 위상상태 때문에 그에 혐오감을 느낍니다. 특히 조류독감이 유행하던 때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습니다. 조류독감 때문에 도심에 위치한 어린이 대공원의 동물들을 서울 대공원으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점에서도 비둘기들은 도심을 활보했습니다. 우리네 인간들 옆을 거리낌없이 돌아다녔죠. 사람들의 두려움은 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비둘기의 강심장은 더욱 혐오감을 느끼게 합니다. 좀처럼 날지 않습니다. 아마도 나는 것이 상당히 귀찮아 졌음에 확실합니다. 심지어 바로 옆으로 사람이 스쳐지나가도 날거나 도망가지 않습니다.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거 진짜 마음 먹고 발로 차면 제대로 한방 먹이겠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심하지 않은게 정말 도무지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활보하는 땅바닥에는 인간의 위협을 감수할 정도로 더욱 소중한 무엇인가가 있는가 봅니다. 아마도 음식 부스러기겠지요. 먹을 것이 중요하긴 합니다만...


잡아라 닭둘기!!

  급기야 비둘기가 유해 야생동물로 선포되었습니다. 지자체에 등록만 하면 비둘기를 마음껏 포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엄청난 개체수와 바퀴벌레 버금가는 번식력(얼마나 번식력이 좋은지 그들의 개체수는 현재 판단 불가라 하네요.), 거기에 혐오감이 더해져 포획하려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때문에 비둘기들은 여전히 도심을 활보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현재는 비둘기 먹이 주기 및 판매도 금지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심각해진 시점에서 보다 구체적인 해결책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닭둘기 괴담

  이런 소리 한두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집 통닭은 닭둘기 잡아다 튀겼다더라.
  저집 닭꼬치는 닭둘기 고기라더라.

  물론 비둘기는 식용으로도 쓰이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도심을 활보하는 닭둘기를 먹는다는 상상을 하고싶지는 않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그저 딱한번만 그놈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더럽습니다. 어찌나 더러운지 제발 근처에 오지좀 않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머리 위를 날아가는 것만으로도 역겨움을 느끼는데, 닭둘기를 먹는 다는 상상은 어떠할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될것입니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타 국가에도 비둘기의 증가가 큰 골칫거리입니다.



  비둘기와 단순히 공존하는 것의 문제를 떠나 비둘기의 개체수가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게 되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뿐더러 위에 언급된 수많은 질병의 위험이 있습니다. 아마도 먹이 피라미드에서 인간이 비둘기의 상위로 올라서 그 개체수를 조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입니다.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