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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STORY/이탈리아

많이 걸은 만큼 많은 것을 보리라, 로마 산책 여행과 딸기 티라미수 뽐삐(Pompi) 방문기

by in사하라 2015.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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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걸은 만큼 많은 것을 보리라, 로마 산책 여행과

딸기 티라미수 뽐삐(Pompi) 방문기

걸으며 살펴본 로마와 달달 부드러운 딸기 티라미수의 뽐삐

 

이탈리아에 다녀온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1년이 지난 이야기를 쓰자니 뭐한면이 있긴하지만 어쨌든 내게는 추억을 회상할 기억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고, 누군가는 그 흔적을 재미있게 읽고 봐줄지도 모르지않은가? 1년전 이탈리아 여정을 빨리 마무리해야 8개월전 방콕 이야기를 쓸 엄두라도 내볼텐데...


이탈리아에 다녀 온 후 TV에 이탈리아가 나오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여행 후로는 되려 TV 에 더 자주 등장하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경험이 인식의 범주를 바꿔놓은 것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고, 자꾸만 TV에 이탈리아가 나온다. TV 속 이탈리아는 여전히 정겹고 그립다.

 

 

로마 산책 여행의 시작

유럽 여행의 매력은 골목에 있다. 그리고 그 매력은 걸어서만 탐닉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걷기로 했다. 제법 먼 거리를 걸어 볼 생각이었다. 이 여정은 바티칸에서 시작해 천사의 성, 나보나 광장, 판테온 그리고 숙소가 위치한 스페인 계단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지도로 검색해 보니 대략 5km내외. 먼거리는 아니지만 더운 날씨에 걷기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이미 투어를 통해 바티칸을 자세히 둘러 본 우리는

성 베드로 대성당과 광장 주변을 간단히 둘러봤다.

 

 

Triumph(?) 행렬을 마주하다

바티칸 박물관과 산 피에트로 성당을 이미 전날 둘러본 탓에 광장만 간단히 둘러 본 후 산탄젤로 성(천사의 성)으로 향했다. 산탄젤로 성은 광장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산 피에트로 성당 맞은편으로 곧게 뻗은 대로를 따라 느린 걸음으로 10분여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도로에서 재미있는 구경을 할 수 있었다. 길게 늘어선 올드카 행렬과 마주친 것이다. 당시에는 그저 신기한 마음에 찍어두었는데, 포스팅을 준비하며 검색해 보니 트라이엄프(Triumph)사의 차량들이라고 한다. 트라이엄프사는 'Standard Mortor Company'라는 영국 회사의 자회사로 현재는 BMW가 그 브랜드 네임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모터사이클을 생산한다고 하는데 내게는 이탈리아 여행 때 본 것이 전부인 생소한 브랜드이다.

 

산탄젤로 성(천사의 성)을 향하는 길,

멀리서 빨간 무엇인가가 보였다.

  

 

 

 

영국 브랜드 Triumph 사의 차량 행렬.

그들은 동호회라도 되는 것일까?

 

이 거리에서 본 차들은 1950에서 60년대에 생산된 차들이라고 생각이 전혀들지 않을 정도로 관리 상태가 좋았다. 이탈리아의 뜨거운 태양을 온전히 반사해내는 차들 덕분에 눈이 부셨다. 동호회라도 모인 것일까? 이탈리아에도 동호회가 있는지 문뜩 궁금해졌다.

 

오랜 세월을 지나온 차들임에도 관리 상태가 좋았다.

차주들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관리하고 있는지 광택만 봐도 느낄 수 있었다.

  

이탈리아 여행 내내 느꼈지만 오래된 것들을 아끼고 가다듬는 그네들의 방식이 멋지고 부러웠다. 오랜 세월 그들은 자신의 차를 갈고 닦으며 만족감을 느꼈을테지. 느린 속도로 차를 몰며 짓는 그들의 흐뭇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인생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은 하루하루를 겨우 견디며 살아가는 나와 극명히 대비되었다. 이탈리아에서라면 나도 그들처럼 미소지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날 산책 중 마주한 차량 행렬은 꽤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카 퍼레이드를 뒤로하고 산탄젤로 성을 향해 걸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이 뒤로 조금씩 멀어질 수록 산탄젤로 성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조금씩 멀어져간다. 

  

로마의 거리는 이국적이다.

신호등 하나까지도 이곳이 한국이 아님을 선언한다.

 

 

산탄젤로 성(천사의 성)과 산탄젤로 다리

트라이엄프 차량 행렬을 뒤로 한채 사진을 찰칵대며 걷다보니 산탄젤로 성이 눈 앞에 나타났다. 산탄젤로 성은 베네치아, 피렌체 그리고 로마와 바티칸을 거쳐 오면서 본 적 없는 특이한 형태의 건축물이었다. 산탄젤로 성은 로마 제국의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세운 무덤으로 로마 제국 멸망 후 로마 교황청의 성곽 겸 요새로 사용되었다. 현재는 군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산탄젤로 성(천사의 성)

이탈리아에서 본 가장 독특한 외형의 건축물이었다.

 

산탄젤로 성 앞에는 테베레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하나가 놓여 있다. 이 다리가 바로 산탄젤로 다리인데 다리 위로 놓인 천사상이 산탄젤로 성 만큼이나 인상적인 다리이다. 이 천사상은 이탈리아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베르니니의 작품들로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느껴지는 생동감과 정교함이 놀라웠다.

 

 

 

산탄젤로 성만큼이나 인상깊었던 산탄젤로 다리.

다리의 조각상은 하나같이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여행할 때 특히 해외 여행 중에는 지도를 절대 손에서 놓지 않는다. 의도치 않은 길로 들어서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 와서는 그 버릇을 조금은 버리게 되었다. 그저 지도로 대략적인 방향만 살펴 보고 눈길은 주변에 남겼다. 그만큼 이탈리아의 곳곳이 매력적이었던 것. 지도를 들여다보는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졌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여유로웠어야 했다. 짧은 여행 일정에 맘이 비뻤던 우리는 산탄젤로 성 주변을 금새 둘러보고 또 다시 걷기 시작했다.

 

서부영화에서나 볼 법한 카우보이가 산탄젤로 성 앞에 앉아있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다 보면 거리의 악사와 행위 예술가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여행지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산탄젤로 성 앞에서 만난 행위 예술가.

날씨가 무더워 힘들어 보였다.

  

연주하며 노래하는 악사들은 이탈리아 어디에서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여행지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아름웠던 나보나 광장
다음 목적지는 나보나 광장(Piaazza Navona). 나보나 광장을 향해 걷는 길에 굉장히 화려한 건물 하나를 만났다. 이 건물은 바로 정의의 성, 'Palace of justice'였다. 사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닌 법원이었다. 법원치고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외관에 감명받아 내부가 궁금했지만 이제 막 결혼은 마친 신혼부부이니 법원에 들어가는 것은 삼가하기로 한다.


 

 

굉장히 이국적인 이 건물은 법원이다.

삭막한 여느 법원들과는 다르게 화려하다.

 

걷다보니 어느덧 성 베드로 성당이 이렇게 작아졌다.

 

법원을 뒤로하고 다리를 건너 조금 걷자 이내 나보나 광장에 도착했다. 이탈리아의 광장이 하나같이 그러하듯 나보나 광장 또한 광장이 있을까 싶은 좁고 복잡한 골목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광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카페에 자리를 잡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부터 나보나 광장의 상징과 같은 피우미 분수를 배경으로 연신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골목을 걷다 마주치는 탁트인 광장은 언제나 반갑다.

광장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나보나 광장 중앙에 위치한 피우미 분수에는 갠지스강, 나일강, 도나우강, 라플라타강을 나타내는 4명의 거인이 조각되어 있다. 피우미(Fiumi)는 강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피우미 분수는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의 작품으로 나보나 광장을 대표하는 조형물이자 분수이다. 여느 여행자들처럼 우리도 피우미 분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피우미 분수, 정교한 조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름다운 나보나 광장을 뒤로하고 또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종교활동을 엿본 판테온 신전

나보나 광장을 거쳐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판테온으로 향했다. 나보나 광장에서 판테온까지의 직선 거리는 300m에 불과하다. 판테온은 고대 로마의 신들에게 바치는 신전이다. 현재는 카톨릭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판테온, 돌아와서 살펴보니 외관을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어 아쉬웠다.

  

우리가 갔을 때는 하필 예배가 진행 중이라 내부 입장이 불가능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탈리아 사람들의 종교 활동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였지만 그래도 이탈리아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만큼 안에 들어가보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

 

이탈리아 인들의 종교활동을 엿볼 수 있었던 판테온 신전,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컸다.

 

 

낙서로 고통 받는 이탈리아의 유적들  

여행객들이 남긴 흔적에 보존해야 할 유적들이 상처를 입고 있다. 오랜 세월의 풍파도 겪어온 유물과 건축물들은 되려 여행객들이 남긴 흔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탈리아 여행 중 수시로 이런 낙서들을 만날 수 있었다. 판테온도 예외는 아니었다. 많은 낙서들 사이에 '한글'이 보인다. 모국어인 한글은 아무리 다양한 문자들 속에 있어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원 & 예원', '민제 & 진혁'. 그들에게 이탈리아 여행은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자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 여행의 흔적을 꼭 낙서로까지 소중한 유적에 남겨야만 했을까? 돌덩이로 긁어 남긴 낙서들이 아파보인다.

 

여행객들의 낙서로 고통받는 판테온.

 

 

스페인 계단 근처에 위치한 달콤한 딸기 티라미수의 유혹, 뽐삐

상가가 펼쳐진 큰 길을 따라 우리는 오늘 산책의 최종 목적지인 스페인 광장을 향했다. 그리고 이 스페인 광장 바로 앞에 우리의 숙소가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길이라 생각했지만 주변을 세심히 살피며 천천히 걷다 보니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우리는 급격한 피로감을 느끼며 당 섭취가 시급하다고 합의했다. 다행히도 우리 숙소 바로 근처에 로마에서 딸기 티라미수로 굉장히 유명한 '뽐삐'가 있었고, 고민 없이 딸기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피렌체의 카페 '길리'에서 이미 이탈리아 정통 티라미수의 깊고 부드러운 풍미를 느낀 터라 뽐삐의 딸기 티라미수에 대한 기대도 컸다.

 

 

딸기 티라미수를 구매하기 위해 우리 산책의 최종 목적지는 뽐삐가 되었다.

 

뽐삐의 딸기 티라미수는 달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장시간 산책으로 지친 우리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을 만큼 달고 맛있었다. 이탈리아를 떠나기 전 꼭 한번 더 들러 맛을 보려했지만 결국 들르지 못했다. 숙소에서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한번 더 맛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하다. 스페인 계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으니 일정상 스페인 계단을 방문한다면 뽐삐의 딸기 티라미수도 꼭 한번 맛보길 추천한다.

 

 

 

뽐삐의 딸기 티라미수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충분할만큼 달고 부드러웠다.

 

[INFO] 딸기 티라미수가 맛있는 스파그나역 근처 '뽐삐 Pompi'

•  주소  Pompi Via della Croce, 82 00187 Roma Italy

•  전화  +39 06 6994 1752

•  영업시간   오전 10:30 ~ 오후 9:30

•  홈페이지  http://barpompi.it

 

 

 


 

뽐삐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산책은 마무리되었다. 숙소에서 쉬다 땅거미가 질 무렾 즈음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 쉬면서 돌아보니 역시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이나 주차가 쉽지 않고 골목이 많은 특성상 당연히 차로 다니기 쉽지 않으니 걷는 것을 강조하는 자체가 좀 아이러니기도 하지만, 확실한 점은 많이 걸을수록 많은 것을 보고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

 

포스팅에 나온 여정은 대략 5km. 하지만 이날 실재로 우리는 훨씬 더 많이 걸었고, 많은 것들을 봤다. 물론 베네치아에서도 피렌체어서도 그리고 로마의 다른 날에도 우리는 많이 걸었다. 앞으로의 여행도 당연히 많이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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