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보나라부터 피치 알 알리오네까지,
파스타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맛본 파스타들
베네치아, 피렌체 그리고 로마 여행 중 만난 다양한 파스타 총정리
내 인생 처음 파스타를 맛보게 된 것은 모두 아내(당시에는 여자친구) 덕분이었다. 내 나이 스물 하나에 처음 맛본 파스타는 까르보나라. 처음 맛 본 까르보나라는 내게 황홀경을 선사했다. 세상에 이런 맛도 있구나! 맛의 신세계였고 그 후로 꽤나 자주 먹었다. 지금도 아내와 함께 외식할 때면 항상 후보군에 오르는 음식이 파스타다. 그래서 이번 이탈리아 여행도 기대될 수 밖에 없었다. 파스타의 본고장 이탈리아가 아니던가! 그래서 오늘은 이탈리아에서 맛본 파스타를 총정리 해보려 한다. |
베네치아 펠리체의 '까르보나라'
베네치아는 그 지리적 특성상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다. 베네치아를 찾는 사람이라면 랍스타 파스타나 오징어 먹물 파스타 중 하나는 맛보는 것이 인지상정. 그러나 우리는 그 대신 까르보나라를 먹었다. 우리나라의 까르보나라는 생크림 베이스의 소스를 사용하는데 이는 이탈리아 정통 방식의 까르보나라 소스가 아니다. 이탈리아에서는 계란 노른자만을 사용해 까르보나라 소스를 만든다고 한다. 정통성의 여부를 떠나 그간 먹어온 크림 소스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탓인지 아니면 비정상 회담 알베르토의 이야기처럼 중국인들이 베네치아 레스토랑을 점령해 버린 탓인지 맛에 감흥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단지 익숙치 않았기 때문일까? 아무튼 짜지만 허전한 맛을 선사한 베네치아 펠리체의 까르보나라였다.
베네치아 펠리체의 이탈리안 전통 까르보나라
베네치아 알프레도의 프레쉬 파스타 투고의
'비아그라 파스타'
길거리의 낭만을 선사하는 베네치아 파스타 맛집이 있다. 굉장히 좁은 골목 한켠에 위치한 이 집은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이 길게 줄을 선다. 이 골목에 들어서면 쪼그려 앉아 종이 박스에 얼굴을 파묻고 포크질에 여념 없는 여행객들을 볼 수 있다. 이 모습은 이색적인 베네치아 풍경 안에서 조차 도드라져 보일 만큼 신기한 풍경이다. 이 집 주인장에게 가장 잘나가는 파스타가 무엇이냐 물어 비아그라 파스타를 주문했다. 이름이 굉장히 난감한데 그 맛은 이탈리아에서 맛본 파스타 중 최고였다. 비아그라 파스타는 토마토 소스와 크림 소스를 섞어 만든 로제 소스에 각종 치즈와 바질로 맛을 낸 파스타였다. 이 곳의 파스타는 건면이 아닌 생면을 사용한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알프레도 프레쉬 파스타 투고는 여행객들 사이에 쪼그려 앉아 베네치아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선사한다. 아참, 생면 파스타는 조리 후 바로 맛을 봐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베네치아 알프레도의 프레쉬 파스타 투고의
비아그라 파스타
피렌체 파올리의 '봉골레 파스타'
요즘 가장 좋아하는 파스타가 봉골레다. 최근 오일 베이스의 파스타를 주로 먹는데 그 중 모시 조개의 시원함과 감칠맛까지 한껏 느낄 수 있는 봉골레 파스타는 그야말로 내 입맛을 사로 잡았다. 내가 지금껏 먹어본 봉골레 파스타 중 단연 최고는 싱가폴 보타닉 공원의 카사 베르데(Casa Verde)에서 맛본 봉골레였다. 크다못해 거대하게 느껴진 모시 조개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 중 티본 스테이크를 먹기위해 방문한 피렌체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파올리에서 봉골레 파스타를 주문했다. 이탈리아 봉골레 파스타에 대한 높은 기대와는 달리 맛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모시 조개인지 바지락인지는 작았고 조개에서 우러나올 육수조차 없었던 모양. 파스타는 퍽퍽했다. 가장 좋아하는 파스타이기에 가장 큰 기대를 했지만 실망만을 남긴 파스타였다.
피렌체 티본 스테이크 맛집 파올리의
봉골레 파스타
트레비 분수 앞 이탈리안 레스토랑 '뇨끼'
뇨끼를 맛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삶은 감자를 으깨어 각종 재료와 함께 밀가루를 조금씩 넣어 반죽을 내는 것이 뇨끼다. 공사가 한창이라 분수대의 물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 없는 트레비 분수를 맞닥드린 우리는 실망했다. 실망에 허기까지 찾아온 우리는 트레비 분수 바로 앞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들어갔고 메뉴판을 열자마자 보인 메뉴가 뇨끼였다. 뇨끼를 한번은 먹어볼 계획이었기에 주문했다. 허나 이 것은 실수였다. 뇨끼에 대한 첫인상을 이 집이 만들어 버린 것. 반죽을 너무 되게 한 탓인지 뇨끼가 지나치게 탱탱했고 씹었을 때 밀가루 맛이 너무 강했다. 내가 들은 뇨끼의 맛은 이게 아니었는데. 도저히 느끼해 접시를 비워낼 수 없었다. 이탈리아에 온 후 음식을 남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트레비 분수를 보지 못한 실망에 뇨끼까지 두배의 실망감만 안고 돌아왔다. 아마도 당분간은 뇨끼를 먹지는 않을 듯.
로마 트레비 분수 앞
이름 모를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뇨끼
파스타의 기본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이름 그대로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마늘을 볶다가 마늘의 향이 풍부하게 느껴질때 적당히 익은 파스타 면을 넣고 뒤적거려 만드는 파스타가 알리오 올리오이다. 아마도 가장 기본적인 오일 파스타가 아닐까 싶다. 마늘이 올리브 오일과 만나 내는 향이 좋아 한국에서도 자주 먹는 메뉴이다. 좋아하는 메뉴인만큼 이탈리아에서도 기대하며 시킨 메뉴였다. 문제는 뇨끼를 맛보았던 그 집에서 주문을 했다는 사실. 역시 많이 아쉬운 맛이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그릇을 비워냈을 따름.
로마 트레비 분수 앞
이름 모를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맛이 좋았던
'피치 알 알리오네'
피치 알 알리오네,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에는 다녀보지 못한 탓인지 처음 들어보는 파스타였다. 피치 알 알리오네(Pici all' aglione)는 토스카나 시에나 지방의 전통 파스타다. 우동면처럼 굵직한 면발이 색다른 파스타였다. 나에게 피치 알 알리오네를 맛보여준 레스토랑은 인상적인 스테이크를 선보인 로마의 '달 토스카나'. 스테이크 맛 만큼이나 파스타도 그 맛이 일품이었다. 이탈리아에서 맛본 파스타 중 단연 으뜸. 여느 파스타들과는 다르게 자뭇 감칠맛이 느껴져 입맛에 들어 맞았다. 달 토스카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스테이크를 빼놓을 수 없기에 이는 따로 포스팅 하기로.
로마 스테이크 맛집 달 토스카나의
피치 알 알리오네
이탈리아 여행 전 파스타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막상 직접 맛 본 파스타는 생각만큼 맛있지 않았다. 아니 내 입맛에 맞지 않았을 것이다. 그간 감칠맛 나는 한국식 파스타에 길들여진 내 입에 이탈리아 파스타는 짜지만 허전한 오묘한 맛으로 느껴졌다. 당시에는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베네치아 골목의 작은 다리에 걸터 앉아 호호 불어가면 맛 본 비아그라 파스타나 로마에서 맛본 피치 알 알리오네는 사진만 봐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파스타는 면의 종류만 해도 스무가지가 넘고 이를 이용한 조리법 또한 다양하다. 그 조합만 따져봐도 파스타의 종류는 제법 많을 것 같다. 파스타를 좋아하지만 아직까지 맛본 파스타의 종류를 세어보니 십여가지 정도. 언젠가는 꼭 한번쯤 이탈리아로 파스타 투어를 떠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그 수많은 파스타를 다 맛보려면 꽤나 오랜 일정을 잡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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