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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STORY/이탈리아

피렌체의 명소 카페 길리(Gilli) 그리고 커피와 와인에 대한 단상

by in사하라 2014.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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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명소 카페 길리(Gilli) 그리고 커피와 와인에 대한 단상

280년을 이어온 피렌체 명소, 카페 길리(Gilli) 방문기

 

 

와인은 달달하고 톡 쏘는 스파클링 와인이 최고요, 커피는 커피 본래의 쓴맛을 숨겨줄 우유와 크림을 추가해야 제 맛이다. 어찌나 촌스러운 입맛인지 모르겠다. 이탈리아로 떠난 다는 말에 사람들은 와인과 커피 그리고 젤라또를 많이 먹고 오라했다. 싸고 맛이 좋단다. 그런데 나는 안타깝게도 와인과 커피의 맛을 모르고 젤라또는 이야기만큼 싸지 않았다.

 

 

커피, 와인 그리고 이탈리아

우리나라만큼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도 없는 것 같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했던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접한 사람은 고종 황제, 1895년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르던 때였고 본격적으로 커피의 대중화는 6.25 이후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커피를 통해서 였다. 우리나라 커피의 역사는 이제 백년 정도인 것이다. 이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커피 문화는 늦게 발달했지만 그 열기만큼은 어느 나라보다 뜨거워 보인다. 거리마다 카페가 지천인데 그마저도 사람들로 가득하니 커피에 대한 사랑이 어찌도 이리 두터울까.

 

나는 어릴적 머리 나빠진다며 커피에 입도 못 데게 하시던 어머니 덕에 남들보다 늦게 커피를 접했다. 남들이 커피 마실때 내 손엔 언제나 핫초코가 들려있었고 커피 맛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지금도 나는 카페 메뉴 중 핫초코가 가장 좋다. 여튼 커피에 대한 맛도 지식도 이렇게 부족한 내게 커피를 대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조금은 다른 태도는 꽤나 신선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른 아침 출근 길 카페에서 따뜻한 에스프레소 한잔씩을 마신다. 카페에 자리 잡고 책이나 노트북을 펼치는 우리와 달리 그들은 선채로 한잔의 에스프레소를 원샷하더라. 마치 약을 입에 털어 넣는 느낌이랄까? 에스프레소는 내 인생 처음 스타벅스에 갔을때 딱 한번 주문해 보고 지금껏 단 한번도 주문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어디서 주워들은 게 있어 주문했는데 당시 놀란 내 혀와 마음을 다스리며 원래 에스프레소를 즐겨온 것 마냥 의연한 척 행동한 기억이 난다.

 

길리의 라떼.

머그잔이 익숙한 우리에게 글래스잔에 담긴 라떼는 조금 생소했다.

 

그만큼 이탈릴아 사람들은 에스프레소를 즐긴다(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 대신 '카페' 라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무식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하는데 이는 그들의 커피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의 표현이라 한다. 우리의 맛있고 질 좋은 커피에 왜 물을 타고 얼음을 넣는 무식한 짓을 하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고 간 나는 차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용기따윈 애초에 한국에 두고 왔다. 이제 와서야 한번쯤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 하고 그들의 자부심을 직접 느껴 보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와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레드 와인은 고기와 함께 화이트 와인은 생선과 함께' 정도가 내가 아는 와인에 대한 지식의 전부. 먹어본 와인도 별로 없는데 그나마 달달하고 익숙한 탄산이 느껴지는 스파클링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나 빌라엠 정도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와인을 시도해 본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모두 맛과 향을 음미해 보려 노력했으나 그 떫더름 한 맛은 좀처럼 적응하기 힘들었다. 덕분에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지인들의 조언은 전부 무의미했다. 왜냐하면 첫날 하우스 와인 한잔을 마신 후 더 이상 주문하지 않았기 때문. 반면 이탈리아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은 식사와 함께 와인을 즐기더라. 와인의 향과 맛을 음미하는 그들을 보면서 와인에 대한 호기심은 커졌지만 아직까지는 와인의 맛과 멋에 대해 잘 모르겠다.

 

이탈리아에서 딱 한번 시켜먹었던 와인.

떨떠름한 그 맛이 아직은 이해되지 않는다.

 

 

피렌체의 명소 카페 길리 Gilli

피렌체에서 두오모 만큼이나 꼭 들러야 하는 장소가 있으니 바로 카페 길리이다. 수많은 블로거들이 추천한 피렌체 맛집 길리는 1733년에 오픈했다. 1733년이라니 280년이 넘는 세월을 겪어낸 카페가 아닌가. 우리나라였다면 '300년된 원조집'이라는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있지 않았을까.

 

 

 

300년 가까운 시간을 이어온

이탈리아 피렌체의 명소 카페 길리.

 

이탈리아 대부분의 건물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을 견뎌왔지만 300년간 명맥을 이어온 카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세월의 흔적은 길리 내외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의 이런 점은 놀라울 따름이다. 도시 전체가 문화제 그 자체이고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을까.

 

길리의 내부 모습.

길리는 언제나 손님으로 붐빈다.

 

길리는 언제나 활기 넘친다. 자칫 시끄럽게 느껴질 법한 주문하는 목소리, 분주히 움직이는 점원들은 어수선하기 보다는 매장 내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수많은 디저트가 길리의 진열장을 장식한다.

디저트는 길리의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길리는 화려하다. 이러한 화려함은 그 인테리어가 아닌 길리의 진열장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디저트 메뉴들 덕분이다. 길리 안으로 들어서면 색색의 디저트들에 시선을 빼앗긴다. 화려함만큼이나 그 종류도 다양한데, 과연 여기에 있는 모든 디저트 메뉴들을 다 맛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지인들이라면 가능할까?

 

 

길리는 꽤나 넓다.

내외부에 상당히 많은 자리가 준비되어 있다.

 

다소 이른 시간 찾은터라 빈 자리가 많았다. 우리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바깥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곧 피렌체를 떠나야 하기에 마지막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텅텅 비었던 테이블은 우리가 자리를 잡은 후로 하나 둘 차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는 보통 테이블을 차지하는 경우 자리세를 내야 한다. 그래서 커피 한잔 씩은 선채로 마시는 것.

 

 

 

 

 

 

우리가 주문한 복숭아 쥬스와 카페라떼

그리고 길리에서 가장 유명한 티라미수.

 

우리는 티라미수, 복숭아 쥬스 그리고 카페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위에서도 봤지만 길리의 진열장에는 셀 수도 없을만큼 다양한 디저트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그 중 티라미수가 가장 유명하다. 우리가 오랜 시간 피렌체에서 머물렀다면 다양한 메뉴들을 맛볼 수 있었겠지만 단 한번만 방문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라도 티라미수를 주문할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길리의 티라미수를 먹을 때는 주의할 점이 있는데, 무심코 한술 뜬 티라미수를 입으로 가져가면 당혹스러운 경험을 할지도 모르기 때문. 티라미수 위에 뿌려진 코코아 파우더가 들숨에 따라올라와 기침을 유발한다. 조심스레 입에 넣을 것. 티라미수는 부드럽고 달콤한 그 맛이 일품이다. 티라미수 한 스푼은 여행의 피곤함을 달래줄 달콤한 행복감을 선사할 것이다.

 

카페라떼는 글래스에 담겨 서빙 되었고, 진한 커피향과 풍부한 우유 거품이 인상적이었다. 아침마다 조식으로 커피를 마셨지만 길리의 카페라떼는 보다 높은 만족감을 선사했다. 하긴 6유로 짜리 커피니 맛이 좋아야겠지.

 

복숭아 쥬스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그도 그럴 것이 카페라떼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접 받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마트에도 팔 것만 같은 병에 담긴 복숭아 쥬스를 눈 앞에서 오픈해 글래스에 따라 준다. 맛은 좋았지만 생과일 쥬스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였던 것일까?

 

우리는 길리에서 22유로를 썼다.

 

길리에서 테이블 하나를 차지한 탓에 자리세가 붙었다. 위 영수증에 표시된 금액은 자리세가 포함된 금액이다. 자리세는 별도로 부과되지 않고 메뉴가에 포함되어 있다. 즉 자리의 유무에 따라 같은 메뉴의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오전에 잠시 즐긴 여유의 대가로 우리는 22유로를 지불했다. 원화로 3만원이다. 자리세가 포함된 금액이 부담스럽다면 꼭 테이블을 잡는 대신 여느 사람들처럼 서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Good Bye, 피렌체!

길리에서의 시간을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피렌체에서의 2박 3일 일정도 마무리 되었고 이제 마지막 도시 로마를 향해 이동해야 한다.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오랜 기간을 머물게 될 로마에서 우리는 3박 4일간 머무를.것이다. 그 후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겠지. 호텔에서 체크 아웃 한 뒤 짐을 프론트에 맡기고 우리는 피렌체를 마음에 아로새기기 위해 길을 나섰다. 이른 시간임에도 피렌체의 거리는 활기 넘쳤다.

 

 

300년 역사의 피렌체 명소 카페 길리

피렌체에 방문했다면 꼭 들러야 할 카페 길리. 피렌체의 공화당 광장(Piazza Della Repubblica)에 위치해 있다. 길리에 방문한다면 꼭 티라미수를 맛보자.

 

• 주소 : Via Roma 1/R, 50123 Florence, Italy

• 전화 : +39 055 213 896

• Tip : 길리는 테이블 차지를 부과하며 메뉴가에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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