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암소만 사용하는 설렁탕, 육회 비빔밥 맛집,
도봉구의 자존심 무수옥
수요 미식회에 소개된 도봉구 설렁탕 맛집 무수옥 방문기
도봉구의 자랑이라 불리는 식당이 있다. 자랑 소리까지 듣는 식당이라니 대단한 메뉴를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식당의 대표 메뉴는 설렁탕이다. 뽀얗고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뚝딱 해치우면 하루가 든든한, 하지만 흔해서 좀처럼 특별하지 않은 설렁탕이 오늘 소개할 식당의 대표 메뉴다. 오늘 소개할 식당은 수요 미식회 설렁탕편에 방영된 도봉구 맛집 '무수옥'이다. |
무수옥은 설렁탕 맛집으로 유명하지만 정육점이자 소고기 전문점이기도 하다. 점심 시간대에 방문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렁탕과 육회 비빔밥을 주문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저녁 시간대에는 소고기를 먹기 위해 찾는 이들로 문전성시다. 이 집이 무엇이 특별해 수차례 TV에 방영되고 이리도 많은 이들이 줄을 서가며 찾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도봉구에서 원래 맛집으로 유명했던 무수옥.
'수요 미식회'에 나오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주말에 방문하면 좁은 골목을 따라 길게 늘어선 줄을 마주하게 된다.
주말 보다는 평일 점심에 방문 하면 좋을 것 같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정겨운 맛집
1990년대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대거 등장하며 우리네 외식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을 필두로 한 많은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인기를 끌었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들에 대한 인기가 시들하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외식 문화의 기틀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획일화된 메뉴를 제공하며 식문화의 다양성을 저하시켰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다양한 음식에 대한 욕구가 증대되었다. 이러한 욕구의 일환으로 이태원, 경리단길, 서촌, 연희동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외식 업체들이 대거 등장한다. 작은 매장에도 불구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색다른 메뉴로 무장한 음식점들이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외식 문화의 변화 속에서 색다른 음식점들 외에도 인기를 얻고 있는 음식점들이 또 있는데, 바로 오랜 시간 이어오며 음식 맛을 유지해 온 소위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음식점들이다. 무수옥은 이런 음식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국내산 한우 암소를 이용한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내장탕은 수요일, 목요일에만 맛볼 수 있다니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무수옥은 1940년대 오픈했고 도봉구민들로부터 '자랑'이라고 평가 받는 음식점이다. 1대 할머니, 2대 며느리에 이어 사위까지 3대에 걸쳐 운영하고 있다. 가게에 들어서면 창업주 할머니 사진을 볼 수 있다.
'무수옥'은 한우 암소만을 취급한다.
저녁에는 한우 암소 구이를 맛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가게 곳곳에는 오랜 시간의 흔적이 묻어난다. 오랜 건물 입구로 들어서면 왼편에 정육점이 위치해 있다. 이 정육점은 여느 정육점들 과는 다르게 한우 암소만을 취급한다. 고기에 대한 주인장의 철학이 확실해 한우 암소가 아니면 들이지도 팔지도 않는 것이다.
홀에서도 오랜 세월이 묻어난다. 생각보다 홀은 크지 않다.
다행히 별채가 준비되어 길게 늘어선 손님을 감당할 수 있다.
정육점을 지나치면 홀이 나타난다. 밖으로 길게 늘어선 줄을 생각하면 홀이 잔인하리만치 작다. 다행히도 홀이 다가 아니다. 왼편으로 뚫린 문을 나서면 작은 마당(?)이 나오고 마당 한편에 별채가 보인다. 우리는 이 별채에 자리를 잡았다.
오래된 건물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가
음식 맛을 한층 돋우는 듯 하다.
뽀얀 국물과 푸짐한 고기가 인상적인 설렁탕
설렁탕으로 유명한 무수옥을 찾은 만큼 설렁탕 주문은 필수. 단품 메뉴에는 설렁탕, 내장탕, 육회 비빔밥, 수육 그리고 육회가 있다. 우리는 설렁탕과 함께 육회 비빔밥을 주문했다. 사실 육회까지 추가해 먹고 싶었지만 아내가 나를 자제 시켰다. 결과적으로는 아내의 선택이 옳았다.
식사를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반찬은 단촐하다. 배추 김치, 무생채, 설렁탕에 빠질 수 없는 깍두기. 간소하지만 부족하지 않은 구성이다. 깍두기가 맛있는 집은 설렁탕도 맛있다는 말이 있는데, 무수옥의 깍두기 맛은 구수한 설렁탕과 완벽한 궁합을 자랑한다.
단촐하지만 부족하지 않은 무수옥의 밑반찬.
개인적으로는 무생채가 좋았다.
무수옥에는 테이블마다 아래와 같은 김치 냉장고가 있다는데, 별채에는 없었다. 대신 작은 상에 반찬을 올려 두고 마음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나오는 길에 살짝 사진을 찍었는데, 진짜 저 작은 김치 냉장고가 제 역할을 할지 궁금하더라.
시원하게 김치와 깍두기를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된 소형 김치 냉장고.
무수옥 홀의 테이블에 하나씩 준비되어 있다.
주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새 설렁탕이 준비되었다. 빠른 테이블 회전을 위해 이런 류의 음식점들은 보통 주문하자마자 음식이 준비된다. 무수옥 설렁탕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큼직큼직하게 들어간 고기다. 아무래도 정육점을 겸하고 있는 만큼 설렁탕에 들어간 고기의 질이 남다르다. 마치 포를 뜬 것 마냥 얇은 고기가 아니다. 두껍게 찢어 넣은 고기의 식감은 무수옥 설렁탕 맛의 한 축을 담당한다. 설렁탕에서 주인장의 푸근한 인심이 느껴진다. 육수도 진하다. 그야말로 설렁탕 국물이다. 뽀얀 국물이 깊고 진하다.
흰 밥을 설렁탕에 말아 숟가락으로 크게 떠 고기와 무생채를 올려 한 입.
이 맛을 싫어하는 한국인이 있을까?
육회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육회 비빔밥
육회를 먹기 시작한게 5년여 정도 된 것 같다. 그 전에는 생고기를 먹는 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육회라면 자다가도 눈을 번쩍 하고 뜰 지경이다. 육회를 주문하고 싶었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육회 비빔밥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무수옥 육회 비빔밥은 육회의 맛이 핵심이다. 신선한 소고기를 파채와 함께 양념장에 버무려 그릇에 올려낸다. 수많은 채소가 들어간 여느 육회 비빔밥과 달리 간소한 재료만으로 육회 비빔밥을 만드는 점이 특이했다. 아마도 고기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일까? 정육점을 병행하니 역시나 고기에 대한 신뢰가 간다. 사실 맵고 달고 짠 양념장 탓에 육회 고기의 신선도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래도 느껴지는 고기의 질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설렁탕 만큼이나 맛 좋은 무수옥의 육회 비빔밥.
양념과 고기 그리고 밥의 맛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좋은 평을 받는 음식점이라고 내게도 꼭 좋은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내 식성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하필 재료나 조리 중에 문제가 있어 평소 수준의 음식을 대접받지 못할 수도 있다. 기대가 컸던지 무수옥도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설렁탕은 더 뜨거워야 했다. 국밥류 음식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토렴을 하거나 뜨겁게 데워 나와야 하는데 미지근한 상태의 설렁탕이 상에 올랐다. 고기 국물 베이스의 요리는 뜨거워야 비릿함 없이 깔끔한데 이런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국물에 넣어 먹는 파는 다소 신선도가 떨어졌다. 육회 비빔밥도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양념장에서 미세한 묵은내가 느껴졌다. 수요 미식회에서 소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손님을 감당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평소에 방문했다면 이런 아쉬움은 아마 없었을지도.
이번 무수옥 방문은 몇몇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8천원이라는 가격에 이처럼 고기가 많이 들어간 설렁탕을 대접하는 식당이 전국에 얼마나 있을까? 기회가 된다면 꼭 한산한 평일 점심 시간 대에 방문해 다시 한번 맛을 볼 생각이다.
도봉구의 자랑, 설렁탕 맛집 '무수옥'
도봉역 2번출구로 나와 길을 건너 골목으로 들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차를 가지고 오는 경우에는 주차 하기가 쉽지 않다. 무수옥에 주차장이 있지만 골목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차가 진입하기가 쉽지 않고 몇대 댈 수 없다. 때문에 차를 가져왔다면 주변 주택가나 상가에 눈치껏 주차 해야 한다.
• 주소 서울시 도봉구 도봉로 165길 15 / 서울시 도봉구 도봉1동 600-4
• 전화 02-954-6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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