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직업은 여타 직종에 비해 사명감이 굉장히 중시된다. IMF 금융 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교사라는 직종은 지금과 같이 인기 있는 직종이 아니었다. 넉넉하지 못한 페이와 자칫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는 순탄한 생활은 금융 위기 이전의 구직 예정자들에게는 그다지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교직에 종사한 당시의 교사들은 교육에 대한 자신들의 가치관이 있었고 그들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가졌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생활하기 위해 교사가 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직접 어떠한 의도에 의해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라는 직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 되는 사항은 아니겠지만 현재의 교사들은 다소 교직을 직업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여타 대기업 등에 비해 낮은 페이를 극복하고 넘쳐나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재테크 시장으로 몰려들곤 한다. 고3 담임들은 그들의 수당을 위해 학생들에게 소신지원이 아닌 대학 합격을 위한 지원을 권장하고 강요하기도 한다.
본인은 종종 사명감이라는 개념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사명감에 대한 첫 번째 적용은 바로 군인이라는 직종에서였다. 소련의 붕괴에 의한 냉전체제의 와해와 남북 간의 긴장감 완화는 무엇보다도 군인이라는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의식구조에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징병되어 있는 그들만이 아니라 그들을 이끌어야 할 장교, 즉 간부들 중 실제로 자신이 군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현역 생활 당시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들 중 대다수가 군인은 자신의 직업일 뿐이며,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일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상당했던 것 같다. 시간외 근무 수당과 연말정산이 그들에게는 그렇게도 중요해 보였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실제로 전쟁이 발발했을 시 자신의 본분과 사명감에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앞장 설 수장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물론 본인의 이와 같은 발언은 군인 전체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교사라는 직종 또한 마찬가지이다. 교육이 한 사회, 국가의 미래이며 자신이 한 집단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한다라고 생각하며 헌신하는 이들이 우리네 교육의 장에 과연 얼마나 존재할 것인가. 그들에게 교직은 그저 생계를 위한 직업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조금 더 쉽게 그리고 편하게 일하고 싶어하며 이러한 이들의 태도는 교육활동 자체의 질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날로 증가하는 사교육비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라 하겠다.(이 또한 교원 전체를 의미하는 것을 결코 아니다. 교육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교사 분들도 분명 있다.)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제도가 '교원평가제도' 이다. 2010년 3월부터 전국으로 확대 될 이 제도는 그 목적 자체가 사교육의 지나친 팽창을 방지하고 교육의 중심에 공교육이 들어서게 하는 것인 만큼,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여름, 겨울 방학에는 쉬고, 학기 중엔 매년 반복적으로 똑같은 내용을 기계적으로 가르치던 교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제도인 것 같다. 게다가 OECD 가입 국 및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인 만큼 그 효용성이 입증되어 있는 실정이다. 다만 교원평가에 정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채 본 제도가 섣불리 시행된다면 정확한 평가가 힘들어지고 이에 따라 제도적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교원평가제도가 단위학교별로 기준을 자율결정 함에 따라 악용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유연성 없는 지나친 제도의 적용은 오히려 과도한 성과 위주의 교육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발상할 수 있으며 성과만을 쫓는 성과추적형 교원을 탄생시킬지도 모른다. 국가지대사인 교육부문에서 새로이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신중함과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진행해야만 제도의 긍정적 효과를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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