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막국수?
독특한 맛의 동치미로 만드는 물막국수,
답십리 성천 막국수
남다른 막국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 찾아 볼 만한 서울 답십리 성천 막국수 방문기
최근 수요미식회에서 막국수편을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 국수편을 진행하면서 막국수 생각이 간절해졌다. 두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집에 가서 먹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보나마나 엄청난 인파 덕에 쉽게 맛 보지 못할게 뻔하니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답십리에 나름 유명한 막국수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금요일 밤 퇴근 후 저녁에 다녀온 답십리 막국수 전문점 '성천 막국수'를 소개한다. |
그야말로 독특한 맛,
답십리 성천 막국수 물막국수(₩5,000)
매콤 달콤 고소한 성천 막국수의 비빔 막국수(₩5,500),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는 비빔 막국수를 추천한다.
저렴한 맛좋은 성천 막국수의 제육 반접시(₩5,000)
구수한 메밀로 만든 막국수 생각이 간절해 당장 강원도로 떠나고 싶었지만 직장에 메어있는 몸이 어찌 평일에 감히 강원도를 넘볼 수 있겠는가. 강원도에는 막국수 투어 루트가 여럿 있을 정도로 유명한 막국수 집이 많지만 평일 밤 우리 부부에게 강원도 막국수 맛집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결국 퇴근 후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내에서 나름의 명성을 가지고 있는 집을 찾기 위해 열심히 검색했고, 그 끝에 발견한 집이 바로 답십리에 위치한 성천 막국수였다.
막국수 맛집을 찾기 위해 검색을 하는 도중 답십리 성천 막국수에 다녀온 이들의 리뷰를 여럿 찾아 봤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이상하면서도 흥미로웠다. 대부분 맛있다거나 별로라거나 이런 직접적인 언급 보다 뭔가 미묘한 뉘앙스의 말들을 늘어 놨는데, 특히 물막국수에 대한 이야기가 이런 분위기의 주를 이뤘다. 음식점 실패하기를 두려워 하는 나는 막상 방문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이런 말들에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반면 묘한 호기심 또한 고개를 들었다. 과연 어떤 맛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미묘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퇴근 후 집에 들러 편한 복장으로 갈아 입은 뒤라 이미 7시 반을 훌쩍 넘은 시간이었고 8시가 다되어서야 막국수집에 도착했다. 성천 막국수의 영업시간이 9시까지라 혹시라도 사람이 많으면 먹지 못하고 돌아 오는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대기하는 사람이 한 팀 밖에 없었고 우리는 아주 잠깐을 기다린 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서울 답십리에 위치한 성천 막국수,
인근에서는 나름 유명한 집이다.
그리 넓지 않은 가게 안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막국수와 수육을 즐기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혼자서 먹고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나홀로 사는 1인 가구가 500만이 넘는 나라에서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이 뭐 특별한 일이겠냐만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들이 하나같이 혼자서 테이블에 앉아 수육에 소주를 곁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모습이 생소해 보였는데, 메뉴판을 보자 이런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성천 막국수는 그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국내산 돼지를 사용하는 제육의 가격은 놀라울 정도.
벽에 걸린 메뉴판을 들여다 보자니 메뉴들의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 물막국수 한 그릇에 5천원, 비빔 막국수 한 그릇에 5천 5백원, 이 집에서는 제육이라 부르는 돼지고기 수육 반접시 5천원, 한 접시에 만원이다. 특히 제육의 가격은 굉장히 저렴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으니 퇴근 길에 혼자서라도 잠시 들러 제육 한 접시에 소주 한 병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들어가기에 나쁘지 않겠다 싶더라. 우리는 물막국수와 비빔 막국수 그리고 제육 반접시를 주문했다.
메밀 삶은 물이 커다란 주전자에 담겨 나왔다. 2인 테이블에 앉은 우리에게는 꽤나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주전자가 테이블에 놓여졌다. 컵에 조금 따라 마셔보니 메밀 맛이 풍부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도 메밀 100프로는 아니고 적당히 전분을 섞어 면을 뽑고 있을 것이다. 여튼 따뜻한 면수는 공복인 속을 달래주었다.
막국수를 하는 집이라면 으레 나오는
메밀면 삶은 물(면수).
막국수 보다는
짠지를 양념하기 위해 사용되는 양념들
가장 먼저 테이블에 오른 메뉴는 제육이었다. 반 접시 제육의 양은 혼자 먹기에 딱 적당한 양이었고, 우리는 그 양을 보자마자 당연히 반 접시를 추가 주문했다. 애초에 한 접시를 주문할 걸 괜히 번거롭게 두 번 나눠 주문을 한 셈. 프랜차이즈 보쌈집에 가면 보쌈 소자 하나가 3만원 돈인데 단돈 5천원에 뭘 기대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 양이 적다는 것은 아니다. 삼겹살 가격을 생각해 볼 때, 5천원에 이 양이면 소비자 입장에서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성천 막국수 제육의 가격은 분명 저렴하다. 여느 보쌈집 소(소)자 가격만큼 이 집에서 제육을 주문하면 넉넉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5천원, 만원에 수육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확실한 장점이다. 여느 보쌈집들 처럼 3만원짜리 메뉴를 만들어 판매할 수도 있었을텐데 독특하게 5천원짜리 만원짜리 제육을 메뉴에 구성한 것은 어찌보면 주인장의 배려가 아닐까. 이 저렴한 메뉴 구성 덕분에 근처에 거주하는 배고픈 직장인들은 퇴근길에 소주 한 잔을 벗삼아 허기를 달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내산 삼겹살로 만든 성천 막국수의 제육.
5천원에 제육 10조각이 제공된다.
성천 막국수 제육의 맛은 무난했다. 적당히 삶아서 지나치게 부드럽거나 질기지 않고 무난한 식감을 보여줬다. 고기의 질도 나쁘지 않은지 돼지 냄새도 많이 나지 않았다. 특히 제육과 함께 제공된 짠지는 쿰쿰한 맛이었는데 고기와 묘하게 잘 어울렸다. 짠지는 테이블에 준비된 양념을 넣고 잘 섞은 뒤 먹으면 된다. 이 짠지의 정체는 잠시 후 준비된 물막국수의 맛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제육과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제공되는 동치미 무(짠지)
양념한 동치미 무(짠지)는
제육과 아주 잘 어울린다.
추가 주문한 제육 반접시.
결국 제육 한접시를 채우고 왔다.
제육을 몇점 집어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어서 물막국수와 비빔 막국수가 준비되었다. 일단 두 막국수 모두 비쥬얼이 깜놀할 수준이었는데, 막국수에도 미니멀리즘이라는 게 있나 싶을 정도로 재료가 간결했기 때문이다. 물막국수에는 살얼음이 살짝 얼어있는 투명한 육수와 메밀면이 전부였고, 비빔 막국수도 마찬가지로 메밀면과 그 위에 무심하게 얹어진 빨간 양념 그리고 바닥에 살짝 깔린 들기름이 재료의 전부였다.
메밀면은 적당한 탄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메밀 100프로는 아닐테고 전분이 일정 비율 포함되어 있어 보였다. 개인적으로 툭툭 끊어지는 메밀 100프로보다는 씹고 끊어 먹는 즐거움이 있는 전분 혼합면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역시나 차가운 육수에 담긴 메밀면은 비빔 막국수의 면보다 더 단단했다.
물막국수의 맛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솔직히 성천 막국수 물막국수의 육수 맛은 처음 보는 맛이자 놀라울 정도로 맛이 없었다. 그 맛은 그야말로 맹물에 소금을 탄 맛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자면 짜면서도 맹맹한 묘한 맛과 함께 쿰쿰한 향이 느껴진다. 썩 유쾌한 맛은 아니다.
살얼음이 얼어있는 성천 막국수의 물막국수
보기와 다르게 그 맛은 정말 독특하다.
곰곰히 맛을 보다보니 제육에 곁들여 먹던 짠지의 맛이 물막국수 육수에서 느껴진다. 아 그 짠지가 동치미 무를 잘게 썰어낸 것이었군. 누가봐도 이 동치미는 물에다 무를 넣고 소금탄 것이 확실하다. 무에 짠 맛이 들게끔 충분한 시간을 보낸 뒤 상에 올렸을 테다. 성천 막국수는 단 맛이 나고 톡 쏘는 맛이 강한 요즘 동치미와는 완전 다른 맛을 내는 동치미를 만들어 막국수에 활용하고 있었다. 사실 요즘 동치미가 사이다를 사용해 지나치게 달고 톡 쏘는 맛이 강한 것도 사실인데, 그렇다고 성천 막국수는 너무 옛날로 돌아갔다. 조선시대에도 동치미를 만들 때 배나 유자등을 넣어 단 맛을 어느정도 가미했다는데, 성천 막국수 동치미 육수에서는 단 맛을 찾아 볼래야 찾을 수가 없다. 김치의 기원이 소금에 절인 무와 배추라더니 이를 참고해 만들었거나 동치미보다는 짠지를 만들어 그 국물을 육수로 쓰고 있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았다. 그야말로 옛날 맛이었다. 최근에는 맛 볼 수 없는...
입에 맞는 사람만 시켜 먹어야 하는 물막국수.
개인적으로는 비빔 막국수를 시켜 먹을 것을 추천한다.
비빔 막국수에도 동치미 육수를 사용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미세하게 쿰쿰한 그 맛이 나기는 한다. 물론 빨간 양념장이 들어갔고 들기름이 다량 투하되어 그 맛이 물막국수 마냥 강하지는 않다. 물막국수에 비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맛이고 또 좋아하은 맛에 가깝다. 이 집을 처음 찾는 이들에게는 보통 비빔 막국수를 권하는 데 둘 다 먹어보니 그 이유를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간결한 재료로 만들어진
성천 막국수의 비빔 막국수
성천 막국수의 비빔 막국수에는 그 흔한 김가루조차 들어있지 않다. 메밀면과 양념이 전부인데, 덕분에 그 맛이 지저분하지 않다. 메밀면의 맛과 매콤 달콤 고소한 맛이 이 막국수 맛의 전부다. 이런저런 잡다한 재료를 대중없이 마구 집어 넣은 집보다는 되려 깔끔하고 간결한 맛을 내는 것 만은 확실하다.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던가.
매콤 달콤 고소한 맛이 무난하다.
물막국수로 놀란 가슴 쓸어 내리기에는 충분한 듯.
성천 막국수에는 씹는 맛과 담백함을 제공하는 고기나 다른 고명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제육은 막국수와 곁들여 먹기에 딱 좋았다. 이 집에 온다면 막국수를 무엇을 주문하던지 간에 제육은 꼭 주문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물막국수를 주문했다면 제육은 막국수 한 그릇을 다 비우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곳의 막국수를 먹을 때 제육 주문은 필수다.
앞으로는 무조건 한 접시 주문해 먹을 생각이다.
정말 오랜만에 특이한 음식을 먹어봤다. 단순히 실력이 없어 맛이 없다면 대놓고 욕을 하겠지만 이 집은 욕을 할 집은 절대 아니다. 주인장이 나름의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동치미 육수를 만들었고, 이 육수가 이 집 음식 맛의 근간이다. 주인장은 이 육수의 맛이 어떤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고, 이 맛을 분명히 알고 즐겨 단골이 된 사람도 상당히 많다. 단순히 실력이 없는 집이라면 욕하겠지만 이 집의 호불호는 취향의 문제다. 그래서 맛이 없다는 말보다는 내 입맛에는 맞지 않다라는 말을 할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처음 방문한 손님에게 주인장은 "우리집 물막국수는 맛이 특이해서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주문하실 건가요?" 라며 사려깊게 조언해 준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주인의 조언을 무시한 한 커플은 물막국수만 두 그릇을 주문 한 후 도저히 못 먹겠다며 주인장을 불러세웠고, 주인장은 친절하게 두 그릇의 물막국수를 비빔 막국수로 다시 만들어 주었다.
성천 막국수의 물막국수는 그 맛이 특이해서 모두의 입에 맞는 음식을 절대 아니다. 입에 맞지 않는 사람은 이걸 어떻게 먹나 싶겠지만 성천 막국수는 양재에 분점을 낼 정도로 찾는 사람이 제법 많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제육은 개인적으로 강추다. 그 독특한 맛 때문에 꼭 가보라고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특별한 맛의 물막국수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저렴한 가격에 제육을 맛보고 싶다면 한번쯤 방문해 볼 만한 집이라 생각한다. 혹시 아는가, 예상 외로 자신의 입 맛에 딱 맞는 물막국수를 찾게 될런지...
[INFO] 서울 답십리 성천 막국수 본점
• 주소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답십리2동 265-1
• 전화 02-2244-5529
• 영업시간 11:30~21:00 일요일 휴무
• 기타정보(주차)
성천 막국수 도착 전 우측에 있는 유료 주차장에 주차 가능하다. 다만 많은 차량을 댈 수 있는 주차장이 아니며 식사시 30분 무료. 30분 이후에는 추가 요금이 부가된다. 식사 후에 계산시 꼭 도장을 찍어 오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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