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근교 고양이 마을
허우통에서 만난 고양이들
"타이베이 근교 택시투어로 고양이 마을 허우통 다녀왔어요."
...
예스허진지?
택시투어 이야기
타이페이 근교 여행을 위해
우리는 택시 투어를 예약 했다.
'예스진지', 대만 여행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타이베이 근교 택시 투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코스 '예류-스펀-진과스-지우펀'을 줄여서 예스진지라 부른다.
처음 대만을 찾은 우리는 택시 투어를 하기로 결정했고, 투어 코스를 어떻게 짤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 우리는 '예스진지'에 고양이 마을 허우통을 추가해 '예스허진지' 코스로 택시 투어를 다녀왔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여유가 없고, 힘들었지만 허우통을 일정에 넣은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
...
고양이 마을
허우통
허우통역의 모습.
허우통역을 가로지르면 고양이 마을에 들어설 수 있다.
허우통은 타이베이 근교에 위치한 고양이 마을로 일본의 야나카 긴자, 오기지마섬처럼 고양이 덕분에 유명해진 마을이다. 마을을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낙원이다. 물론 길거리에서 사지에 내몰리는 우리네 길고양이를 생각하면 이 곳은 고양이들에게도 낙원일 것이다.
우리가 택시투어를 다녀 온 그날은 하루 종일 우중충했다. 심지어 허우통에 도착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행 중에 만나는 비는 별로 반갑지 않다. 비가 내리자 하늘은 더 어두워졌다. 그럼에도 마음만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우리는 곧 허우통을 노니는 고양이들을 볼 것이다. 나는 이놈들에게 먹이를 주고, 머리를 쓰다듬을 것이다.
고양이 마을답게 고양이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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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통에서 만난
고양이들
쉽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던 허우통의 고양이들.
허우통역을 가로질러 고양이 마을에 들어섰다. 어마무시한 수의 고양이와 맞닥드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처음 몇 분간은 고양이를 만날 수 없었다. 이내 몇몇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모두 뒷 모습만 허락할 뿐 쉬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등짝 말고, 얼굴 얼굴을 보여다오.
이내 슬슬 한두마리씩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초입에서는 고양이 흔적을 찾기도 쉽지 않았는데, 마을 주변을 돌아 볼 수록 고양이들이 자주 출몰하기 시작했다.
실내에서 자리 잡고 주무시던 삼색냥이. 만져도 꿈쩍 않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허우통의 고양이들은 주택과 거리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지붕 위를 걷거나 담을 뛰어 넘어도 누구 하나 소리치거나 해코지 하지 않았다.
아무리 마을 주민들의 보호와 관광객들의 관심 안에서 살고있지만 주민이 직접 기르는 몇몇 고양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길거리에서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긴 털을 가진 장모종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긴털을 가진 고양이들은 아무래도 길거리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고양이는 보통 하루 16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한다. 8시간을 활동하고 16시간을 잔다는 이야기 인데, 우리와는 정반대의 패턴을 보이는 것. 사람은 보통 8시간을 자고, 16시간을 활동한다. 아... 물론 OECD 가입국 중 최장 시간 일을 하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 8시간 취침은 주말에나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
허우통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은 보통 고양이를 보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 그리고 먹이를 준다.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자란 탓인지 포동포동 살이 오른 녀석들이 제법 보였다.
참치캔에 대한 무한 열정을 보이던 노란 녀석은 누가 뺐어 가기라도 할까 무서워 양 손으로 수저를 꼭 쥔채 참치의 맛을 음미했다. 수저를 놓지않으려 노력하는 녀석의 몸짓을 보자 입가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대만의 겨울은 우리로 치자면 가을 정도 되는 날씨. 비가온 뒤라 쌀쌀했던 탓일까? 고양이 한 마리가 돌담 위에 앉아 찹쌀떡 같은 발을 자신의 꼬리로 감싸고 앉아 있었다.
허우통에서 만난 고양이들 중 가장 귀여웠던 녀석. 길거리를 배회하는 녀석들과 달리 방울 달린 목줄을 메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주인이 있는 놈이었다. 뽀송뽀송한 털과 분홍코, 하얀 양말을 네 발에 챙겨 신었다. 아직 어리고 귀여운 탓에 주인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듬뿍 자라는 것 같았다. 아마도 지금쯤은 어엿한 성묘가 되어있겠지.
허우통에는 고양이만 사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개들도 있다. 그 수가 고양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지만 몇 마리의 개들도 만날 수 있었다. 고양이의 기세에 눌린듯 대부분 맥없이 쭈그려 앉아 잠을 청하고 있었다.
보슬비가 하루종일 날렸지만 마을은 고양이를 만나기 위해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시간이 더 있다면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었지만 다른 일정들이 있어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아쉬움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잘 가라는 듯 한 마리가 우리를 배웅했다.
...
허우통의 고양이들은
행복할까?
일전에 고양이 카페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 곳의 고양이들은 약았다. 간식거리를 손에 들고 부스럭 거리면 금새 달려와 아양을 떤다. 그놈들이 원하는 걸 내가 가졌을 때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간식거리가 떨어지면 주저 없이 떠나간다. 약았다. 가끔 정말 운이 좋으면 다리 위로 올라와 자리를 잡는 놈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이마저도 그저 뜨뜻한 누울 자리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저 몇 시간 정도 이 곳을 스쳐갈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것인지 아니면 고양이 본래의 성격 탓인지 이놈들은 그렇게 이기적이다. 고양이 카페에서 만난 놈들은 필요에 의해서만 다가왔다.
애미야~ 사료 말고 캔을 내어다오~
사료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듯 잠에 취해 있다.
고양이 마을는 어떨까? 사실 고양이 마을도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외에 위치한 더 넓고 큰 고양이 카페라는 느낌. 이 곳에서도 그놈들은 우리보다 우리 손에 무엇이 들려 있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심지어 사료를 내밀면 휙 하고 고개를 돌려 제 갈길 가버리는 놈들도 있다. 더 고급지고 자극적인 맛의 간식거리 많아 이놈들은 배를 채우기 위해 먹지 않는다. 관광객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커다란 고양이 카페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은 행복할까?
잘 모르겠다. 그래도 누군가로부터 버려져 길에 내몰리는 고양이 보다는, 좁은 카페 안에서만 살아가는 고양이 보다는, 집사의 사랑과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집 안에서만 살아야 하는 집 고양이 보다는 행복하지 않을까?
고양이 마을 답게 많은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만 날이 조금 더 좋았다면 마을 구석구석을 더 열심히 돌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택시 투어 코스도 줄였어야했다. 하루에 다섯 곳이나 방문하는 것은 추가금을 지불하고 투어를 한 두시간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무리한 일정이었다. 지도 상에서는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동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세 군데 정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면 허우통에서 훨씬 더 많은 녀석들을 만나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에 도자기로 만들어진 고양이 두 마리를 분양 받아 왔다. 이 두 마리는 고양이를 키우지 못하는 우리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우리집 TV장에 고이 모셔두었다.
허우통 방문 팁을 주자면 꼭 고양이 먹이를 사서 마을로 들어갈 것. 허우통역 주변 상점에서 고양이 먹이를 구입할 수 있다. 허우통의 고양이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인기쟁이가 되고싶다면 사료 대신 참치캔 등의 특식을 구입해 가져가는 것이 좋다. 이 곳 허우통의 주인님들은 빈 손으로 찾은 손님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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