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 중 3시간 기다려 맛본 샤오롱바오,
동먼역 융캉제 거리에 위치한 딘타이펑 본점
세계 10대 레스토랑 대만 타이페이 딘타이펑 본점 방문기
이번 대만 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일정은 새해 맞이 타이페이 101타워 불꽃 축제였다. 불꽃 놀이 자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새해를 해외에서 맞이했다는 사실 자체와 현지 분위기에 취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불꽃 축제와 함께 크게 기대했던 또 하나의 일정은 다름아닌 딘타이펑 본점 방문이었다. 먹는 즐거움이 여행이 주는 즐거움의 오할은 된다고 생각하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샤오롱바오를 맛보기 위해 방문했던 대만 타이페이 동먼역 융캉제(용캉지에) 딘타이펑 본점 방문 후기를 적어볼까 한다. |
딘타이펑 본점에서 맛 본 샤오롱바오
직장인이 해외 여행을 가게 되면 신혼 여행이 아니고서야 일주일 정도 나가 있는 것이 고작이다. 보통 징검다리 휴무의 장점을 최대로 살려 5일 정도 나가는 것이 보통인데, 5일이면 최대로 잡아도 하루 세 끼니씩 총 열 다섯번의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열 다섯번,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이 횟수에 조식과 늦잠이라는 변수를 추가하면 그 기회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막상 여행을 다녀 와서 먹은 것들을 쭈욱 정리해 보면 별로 먹은 게 없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여행지에서 한끼 한끼는 굉장히 소중하다.
우리는 지난 밤 늦은 시간 대만에 도착했고,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해 우리로 치면 김밥천국쯤 되어 보이는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에서 간단히 요기만 했다. 이미 조리된 새우 완자를 육수에 넣어 그저 데워낸 완탕 한 그릇과 찐빵 몇 개로 허기를 달랬다. 얼마 안되는 여행지에서 한끼가 초라한 행색으로 막 사라진 참이다. 심지어 다음날 아침밥은 호텔에서 조식을 먹은 탓에 대만에 도착한지 둘째날 점심이 되어서야 대만에서 공식적인 첫끼를 먹게 되었다. 우리는 좀 그럴듯 하게 먹고싶었고, 12월 말 찬바람이 쌩쌩불던 중정기념당 광장 한 복판에서 다음 행선지를 동먼역 융캉제(용캉지에)로 결정했다. 우리가 융캉제로 향하는 목적은 명확했다. 바로 딘타이펑 본점을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대만 타이페이 동먼역 융캉제 인근에 위치한
세계 10대 레스토랑 딘타이펑 본점
세계 10대 레스토랑으로 잘 알려진 딘타이펑은 사실 우리나라에도 그 매장이 여럿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샤오롱바오에 폭 빠져 한국에서도 자주 다녔었다. 평소 좋아하던 음식점의 본점 그것도 타국에 위치한 본점을 찾는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훨씬 큰 기대감을 안겨 주었다.
타이페이 동먼역에 위치한 딘타이펑 본점은 역에서 나오면 바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덕분에 크게 힘 들이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계획을 세우고 도착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딘타이펑 앞에 우글거리는 인파를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우리가 무리한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가 절로 들었다. 그렇다고 눈 앞에 있는 딘타이펑 본점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한번 기다려나 보자는 심정으로 번호표를 받아 들었다. 번호표는 식사 인원 별로 따로 제공하는데, 우리 앞에는 무려 백팀이 넘는 대기 인원이 있었다.
딘타이펑 본점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대기표를 나눠주니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는 없어 다행.
딘타이펑에서 줄을 세우는 대신 번호표를 나눠주는 덕분에 그나마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다행히 융캉제는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동네이니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융캉제는 그 분위기나 규모면에서 경리단길과 비슷해 보인다. 줄이 길게 늘어선 맛집들이 쉽게 눈에 띄고, 독특한 분위기의 상점들이 골목골목 들어서 있다. 허기진 배를 달래며 둘러 본 융캉제는 경리단길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타이페이 융캉제 거리의 모습.
원래 학자와 교수들이 모여살던 조용한 동네였으나
마치 서촌이나 경리단길처럼 하나 둘 분위기 있는 상점들이 들어서며
거리의 분위기가 온전히 바뀌었다.
여기저기 열심히 둘러 본 우리는 딘타이펑으로 다시 발길을 옮겼다. 융캉제 거리를 제법 오랜 시간 둘러봤다고 생각했는데, 대기 번호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다. 또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른 대안을 찾아 볼까 고민도 했지만 사실 별다른 대안도 정보도 없었고,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또다시 융캉제 탐방에 나섰고, 배가 고팠고, 결국 이것 저것 주워 먹기 시작했다. 썬메리 펑리수에 들어가 펑리수를 집어 먹었고, 빈 속에 망고 빙수를 한 그릇을 해치웠고, 오랜 기다림 끝에 쫀득쫀득 총좌빙도 하나씩 먹어치웠다.
융캉제 거리의 명물 총좌빙.
이를 맛 보기 위한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오랜 시간 이것저것 쳐묵쳐묵하고 다시 찾은 딘타이펑. 아마도 대기 번호를 받고 세 시간쯤 흐른 뒤였을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어떤 음식을 먹기 위해 세 시간을 기다려 본 적이 없었다. 여전히 매장 앞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어수선했고, 점심시간도 저녁시간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이었음에도 번호표를 받으려는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았다. 다행인 점은 우리 차례가 머지 않았다는 것. 이번에도 대기 번호에 큰 차이가 없었다면 정말 다른 대안을 찾아 융캉제를 떠났을 지도 모른다. 사실 이것저것 먹어대다 보니 배도 살짝 부른 느낌이었다.
딘타이펑 본점 안으로 들어서자 오른편 유리 박스 안에서 하얀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열심히 딤섬을 빚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넓지 않은 공간에서 딤섬 빚는 사람만 십여명쯤 되어 보였다. 안팎으로 넘쳐나는 사람들을 감당하기 위해 쉬지않고 딤섬을 만들고 있었다. 1층 홀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는 좁은 통로로 안내받았다. 좁은 계단을 애써 오르자 생각보다 훨씬 넓은 홀이 눈 앞에 나타났다. 내부는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깔끔했다.
열심히 딤섬을 빚고 있는
딘타이펑 본점 직원들의 모습.
딘타이펑 본점에서 가능한 많은 음식을 주문해 먹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기다리는 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먹어버렸고, 배 속에서 위가 적당히 먹으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세 시간을 기다린데다 언제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한두가지 먹고 말기는 너무 아쉬웠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매순간 우리는 선택을 해야하고, 이번에는 일단 주문하고 보기로 결심했다.
딘타이펑 본점은 메뉴 주문시 주문서에 메뉴를 체크해 전달하는 방식인데, 한글로 작성된 주문서를 제공한다. 딘타이펑은 수많은 관광객을 배려해 다양한 언어로 작성된 주문서를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메뉴판을 붙잡고 해석하기 위해 내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세계적인 레스토랑으 위엄이랄까. 우리는 샤오롱바오 10피스, 새우계란볶음밥, 우육탕면에 반찬으로 매콤한 오이김치 그리고 함께 곁들일 대만 맥주까지 주문했다. 평소였다면 한끼 식사로 적당한 주문이었겠지만 우리는 이미 배가 살짝 부른 상태였고, 다 먹을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다. 주문한지 오래지 않아 금새 음식들이 테이블에 차려졌다. 무려 세시간을 기다렸는데, 음식이 나오는데는 긴 기다림이 필요하지 않았다.
딘타이펑은 다양한 언어로 된 주문서를 제공한다.
덕분에 주문하기 위한 메뉴 번역을 위해 고심할 필요가 없다.
딘타이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메뉴는 당연히 샤오롱바오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샤오롱바오를 애정하기에 5피스 대신 10피스를 주문했다. 실은 샤오롱바오만 잔뜩 주문할까도 생각했지만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어 자제했다. 평소 한국에서 딘타이펑에 방문할때도 다른 딤섬들 대신 항상 샤오롱바오만을 주문했다. 한국에서도 만족하며 먹었기 때문에 본점에서 맛 볼 샤오롱바오에 대한 기대가 엄청났다.
직원이 찜통을 내려놓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샤오롱바오가 새하얀 자태를 드러냈다. 찢어질까 조심스레 하나 들어 숟가락 위에 올려놓은 뒤 젖가락으로 한쪽을 살짝 찢으면 안쪽 가득한 육수가 슬그머니 흘러내린다. 이 육수를 호로록 마시면 그렇게 고소하고 담백할 수가 없다. 그 위에 생강채를 올려 입에 넣으면 그 순간만큼은 온갖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우리 부부가 애정하는 샤오롱바오.
본점이라고 특별한 맛은 없었지만
딘타이펑 샤오롱바오에 실패는 없다.
샤오롱바오에 올려 먹으면 그만인 생강채 절임.
우육탕면은 고명(?)으로 힘줄과 고기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는 당연히 고기를 선택했고 생각보다 훨씬 큰 고기 덩어리가 들어있는육탕면이 등장했다. 중화권 음식 특유의 팔각향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동남아 국가를 여행할 때 가장 극복하기 힘든 재료가 고수라면 중화권에서는 정향이나 팔각향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육탕면에도 이런 향신료들이 들어간다. 향은 익숙했지만 막상 먹어 본 경험이 많지 않았던 우리도 살짝 긴장을 했다. 게다가 여기는 대만이 아니었던가.
막상 맛 본 딘타이펑 본점의 우육탕면은 그렇게 거북스럽지는 않았다. 특유의 향은 느껴졌지만 맛이 그렇게 강한편은 아닌 것 같았다. 전 세계인이 딘타이펑을 사랑하는 이유가 너무 강하지 않은 현지의 맛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만에 와 있다는 사실을 느끼기에는 충분하지만 역하거나 적응하기 힘들 정도의 세기는 아니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 아닐까? 특히 큼지막하게 들어간 고기 덩어리들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적당히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식감이 좋았고 무엇보다 든든해서 좋았다.
대만 타이페이 동먼역 융캉제 거리의
딘타이펑 본점 우육탕면(우육면)
새우계란볶음밥은 한국에서도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만에서도 또 다시 주문했다. 밥을 사랑하는 밥중독자로써 중국집이나 한국 딘타이펑을 방문하면 볶음밥 하나는 빼먹지 않고 주문하는데, 대만에 왔다고 마다할 이유가 하나 없었다. 딘타이펑 본점의 볶음밥은 고슬고슬하고 재료도 많이 들어갔다. 딘타이펑 본점이라고 그 맛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냥 맛있는 볶음밥이었다. 이미 배가 한참 불렀지만 그럼에도 밥을 주문한 것은 잘한 일이다.
딘타이펑 본점에서 주문한
새우계란볶음밥
밥이 있으니 반찬도 있어야지 않겠는가. 그래서 주문한 메뉴가 매콤한 오이김치다. 주변을 둘러보면 요리보다 반찬을 많이 주문한 테이블도 여럿 보였다. 배가 부른 상태였음에도 주문할 때 욕심을 부려 돼지갈비 튀김을 주문하자 우겨댔지만, 아내를 이길 수는 없었다. 적당히 주문하자며 서로 절충한 결론이 매콤한 오이김치였고, 우육탕면과도 새우계란볶음밥과도 잘 어울렸다. 매콤하고 상큼해 곁들여 먹기 좋았다.
반찬으로 주문한 매콤한 오이김치.
명칭에 형용사가 들어가니 괜히 어색하다.
이날 주문에서 가장 실패한 주문은 다름 아닌 맥주였다. 맥주마저 먹어 치우기에 우리는 이미 배가 너무 불렀다. 첫잔을 시원하게 들이킬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한 잔을 비우고 나니 배가 너무 불렀다.
과일맛 등 다양한 맛의 맥주로 유명한 대만 맥주.
대만에서 우리의 공식적인 첫끼.
평소 애정하던 딘타이펑의 본점을 찾았고,
나름 만족스러운 한끼를 해결했다.
사실 딘타이펑은 한국에도 있고, 타이페이 여러 지역에 지점도 많이 있다. 심지어 우리가 숙소를 잡았던 중산역에도 딘타이펑이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본점을 고집한 이유는 비싼 돈 들여 대만까지 왔고, 언제 다시 대만에 올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내가 우동 먹고 싶다고 당일치기로 일본에 가거나 딘타이펑 본점 샤오롱바오를 먹겠다고 대만으로 휭~ 날아길 수 있는 금수저는 아니잖는가. 비록 오랜 시간을 기다렸고, 배가 불러 양껏 먹지 못해 조금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본점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한정성에 기인한 것이다. 물론 여행이 끝나는 시점에 돌아봤을 때, 결론적으로 본점을 방문하길 잘했는데, 우리가 여행 중에 본 딘타이펑의 모든 매장이 전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기 때문. 어디를 가더라도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다만 배가 불렀던 탓인지 한국 딘타이펑과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물론 조금 더 맛있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세계 각 지점의 퀄리티를 어느정도 평준화 시켜서 운영하고 있는 것인지는 한국에서 딘타이펑을 다시 한 번 방문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다시 한번 본점에도 방문할 기회가 있기를 바래본다.
[INFO] 대만 타이페이 동먼역 융캉제 거리의 딘타이펑 본점
• 전화 +886 2 2321 8928
• 영업시간 평일 10:00~21:00 / 주말 09:00~21:00
• 홈페이지 dintaifung.com.tw
• 기타정보
가자마자 번호표를 받도록 하자. 매장에는 한국어를 하는 직원도 있으니 이래저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번호표를 받은 후에는 주변을 둘러보러 다니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따로 테이블을 잡는 대신 합석을 하겠다고 이야기 하면 훨씬 빨리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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