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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STORY/국내 여행

가을 딱 한 달만 개방하는 한 번쯤 가봐야 할 아름다운 스토리가 있는 여행지, 홍천 은행나무숲

by in사하라 201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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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딱 한 달만 개방하는 한 번쯤 가봐야 할

아름다운 스토리가 있는 여행지, 홍천 은행나무 숲

가족 나들이, 데이트 코스, 출사 장소로 안성 맞춤인 홍천 은행나무 숲 방문기

 

홍천하면 아무래도 오션월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뜨거운 여름이면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종종 홍천을 찾고는 했다. 놀이기구 하나 타자고 2시간을 서서 기다렸던 기억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질려버린 탓에 오션월드를 찾지 않은게 수년이 넘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딱히 홍천에 갈일이 없었다. 오션월드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홍천 여행지도 없었다. 그러다 최근 우연찮게 '홍천 은행나무 숲'이라는 곳을 알게되었다.

 

가을에 한번쯤은 다녀올만한 마치 소설이나 드라마 같이 아름다운 스토리를 담고 있는 홍천 은행나무 숲에 다녀왔다.

 

 

가을, 떠나고 싶은 계절

가을이다. 하늘이 한 해 중 그 어느 때보다 유독 푸르고 높은 시기다. 회사에서 창 밖을 바라보면 지금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다. 그저 그렇게 마음이 동하는 계절이다. 게다가 머리는 더 잘 알고 있다. 조금 더 지나면 추워서 어디 돌아다니기 힘들다는 것을. 그래서 일년 중 이맘 때 가장 많이 돌아다니게 된다. 오늘은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던 찰나 아내가 홍천에 가고싶다 했다. 여름도 갔는데 오션월드는 너무 춥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말했다.

 

"나 홍천 은행나무 숲 가고싶어~!"

 

홍천에 은행나무 숲이 있었나? 아니 은행나무 숲은 어디에나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마눌님의 의견을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홍천으로 출발했다.

 

 

가깝고도 먼 홍천

강원도지만 홍천은 서울에서 상당히 가까운 동네다. 차만 막히지 않으면 금방 도착할 수 있기에 큰 부담이 없었다. 시동을 걸고 네비게이션에 도착지를 설정하자 2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눈에 들어왔지만 별 의식하지 않았다. 그때까진 몰랐다. 홍천 은행나무 숲은 이름만 홍천인 동네에 있다는 것을.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 네비게이션이 홍천쪽으로 빼지않고 계속 직진시켰다. 의아했지만 길을 모르는 우리는 항상 네비게이션에 복종한다. 네, 김기사님이 가라는 데로 가겠나이다~ 그래도 오래지 않아 고속도로에서 빠져 나오길래 역시라고 생각했지만 도착 시간이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이때부터 좁고 굴곡진 도로를 따라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국도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계속 달렸다. 나중에 지도로 검색해보니 홍천군이 강원도를 좌우로 가를만큼 행정구역이 넓었다. 오션월드가 홍천의 왼쪽 끝이라 서울과 가까운 반면, 홍천 은행나무 숲은 홍천 중심보다도 양양이나 속초, 강릉이 더 가까웠다. 이 먼곳을 국도로 달리니 당연히 오래걸릴 수 밖에. 게다가 유턴에 가까운 구비진 산길을 계속 오르내려야 해서 운전 피로도가 굉장히 높았다.

 

여튼 오랜 시간이 걸려 홍천 은행나무 숲에 도착했다. 평일이었음에도 도로가는 주차된 차들로 가득했다. 마땅히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다들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이동한다. 주말에는 이 주차 행렬이 끝 없이 이어진다고 한다.

 

평일임에도 홍천 은행나무 숲 근처 길가는 주차된 차들로 넘쳐났다.

사진에 보이는 차들은 주차된 차들 중 극히 일부.

 

 

드디어 만나게 된 홍천 은행나무 숲

주차를 하고 달둔교라 불리는 작은 다리를 건너 100여미터를 걸어 올라가면 눈 앞에 노란빛 정원이 나타난다. 온전히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로만 가득한 숲. 홍천 은행나무 숲이다.

 

홍천 은행나무 숲 입구에 배치된 소개 책자.

딱히 별다른 내용은 없다.

 

홍천 은행나무 숲의 탄생의 배경에는 아름다운 스토리가 있다. 전국 각지에 많은 여행지가 있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품은 여행지는 흔치 않을 것이다. 이 은행나무 숲은 한 남자가 30년 동안 정성스럽게 가꾼 숲이다. 1985년 이 남자는 몸이 아픈 아내를 위해 홍천으로 내려와 정착했다. 그리고는 아내의 쾌유를 비는 마음으로 이 곳에 은행나무 묘목을 한 그루씩 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심은 은행나무가 2,000여 그루. 잠실 운동장 면적에 버금가는 4만여 제곱미터의 면적에 5미터 간격으로 은행나무가 빼곡하게 심어졌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이를 구경하기 위해 홍천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

2만여 제곱미터의 공간에 2,0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은행나무를 심기 시작한 1985년부터 25년간 단 한번도 일반 개방을 하지 않다가 지난 2010년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1년 중 딱 이맘때 한 달 동안만 은행나무 농장을 무료로 개방한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숲은 푸른 가을 하늘과 대비되며 장관을 이루고 관광객들은 이 한 달 동안 은행나무 숲에서 추억을 만들기 위해 홍천을 찾는다.

 

 

 

 

홍천 은행나무 숲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에 연인들이 무척 많이 찾는다.

하지만 가족단위 방문객들도 굉장히 많았다.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도 좋아보인다.

 

이처럼 홍천 은행나무 숲은 한 남자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오랜 세월 가꿔온 숲이다. 이런 스토리 덕분에 이 곳은 연인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 이런 아름다운 스토리를 싫어할 연인들이 어디있겠는가? 이 곳을 찾은 연인 그리고 부부들은 그들도 이 은행나무 숲의 주인 부부처럼 서로 아끼고 사랑하길 바라며 이곳을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군데군데 파란 잎들이 보인다.

바닥에는 떨어진 노란 은행잎들과 녹색의 토끼풀이 섞여있다.

 

노랑 은행나무 사이로 한 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저 나이쯤 됐을때 우리도 다시 한번 이곳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오롯이 은행나무로만 채워진 이 곳은 노란 장관을 연출한다. 30년간 자란 은행나무는 충분히 노란빛을 내뿜지만 충분히 더 크고 화려하게 자랄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은행나무가 언제까지 자라는지 그 수명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은행나무의 키가 충분히 더 자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은행나무들이 더 크고 울창해지면 이 곳은 더욱 장관을 이룰테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가을의 명소로 확실히 자리잡을 것이다.

 

 

 

 

 

푸른 하늘과 노란 은행잎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날이 더 쌀쌀해지면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며 또다른 장관을 연출할 것이다.

 

 

은행나무 숲 곳곳에 레브라도 리트리버가 있었다.

한번 만져보고 싶었지만 살짝 무서웠다는...

 

홍천의 끝자락에 위치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려 도착한 홍천 은행나무 숲이었다. 아내가 이곳에 가자했을 때 뭐 별게 있겠나 싶었는데, 막상 와서 노란 은행나무를 바라보니 이곳이야말로 가을을 온전히 체감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은행나무 숲을 가꿔온 소설에서나 읽어봤을 법한 남편의 이야기는 이제 결혼한지 1년 반정도 된 새내기 우리 부부에게 꽤 큰 감명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우리는 홍천 은행나무 숲에도 우리 둘의 발도장을 남기고 돌아왔다.

 

 

결혼하고 1년 반여의 시간동안 많은 곳을 다녔고,

홍천 은행나무 숲도 그 리스트에 올랐다.

 

해질녘 은행나무 숲은 가장 아름다웠다. 뉘엇뉘엇 넘어가는 태양이 뿜어내는 햇빛과 노란 은행나무 잎이 만들어내는 황금빛에 눈이 부셨다.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사람들이 많아 예쁜 사진을 많이 담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주말이 아님에 감사했다. 주말은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분위기를 온전히 즐기기는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은행나무 반 사람 반의 풍경이 연출되지 않을까?

 

 

 

20년쯤 지나 더 울창해진 은행나무 숲을 다시 찾는 상상을 해봤다.

 

 

홍천 은행나무 숲 주변 주전부리

워낙 외진 곳이라 주변에 딱히 맛집도 없다. 그나마 동네 주민들인지 조그맣게 노점을 열어 주전부리들을 팔았다. 그래서 사람들 손에는 하나같이 옥수수, 찐빵이 들려있었다. 차들이 주차된 도로변에는 홍천 축협에서 판매하는 한우 꼬치 노점이 있었다. 찐빵을 사들고 내려오던 우리는 이 곳에서 한우 꼬치도 하나 사서 먹었다. 한우 꼬치는 하나에 5,000원.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달큰한 양념 덕에 맛은 나쁘지 않았다.

 

 

 

 

 

홍천 은행나무 숲 앞에서 판매하는 홍천 한우 꼬치.

가격은 1개에 5,000원이었다. 

 


 

은행나무는 어디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렇게 은행나무만으로 이루어진 숲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가로수로 많이 심던 은행나무는 가을이면 은행 냄새가 역겹다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도심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아마도 도심에서는 점점 더 은행나무를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홍천 은행나무 숲은 이미 입소문을 타 이맘때 쯤이면 관광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다. 홍천에서도 구석에 위치한데다 길도 험하고, 주말에는 주차 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은행나무 숲을 제외하고는 주변에 마땅한 다른 관광지도 없다. 은행나무숲 자체도 관광지를 목적으로 개발된 곳이 아니고, 개인이 애써 가꿔온 은행나무 농장을 그저 관광객들이 몰리자 배려 차원에서 무료로 개방한 곳이다. 그래서 관광지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 않다. 여러모로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을에 유독 하늘이 푸른 날이라면 한번쯤은 가봄직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은행나무 숲을 마주하는 경험은 제법 신선했다. 그리고 아내를 위한 마음으로 30여년간 숲을 가꿔온 한 남자의 노력의 결실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경험은 꽤나 낭만적이다. 이런 이야기 덕에 많은 연인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우리도 그 이야기에 꽤나 감명을 받았고, 오랜 시간이 지나 은행나무가 더 크고 울창하게 자랐을 때 다시 한번 방문할 것을 이야기 했다.

 

[INFO] 아름다운 이야기를 간직한 홍천 은행나무 숲

주소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686-4

• 개방시기  2015년 10월 1일~10월 31일

개방시간  오전 10:00 ~ 오후 5:00

입장료  무료

주차  따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길가에 주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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