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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STORY/맛집 로드

냉장고를 부탁해 미카엘 셰프의 불가리아 레스토랑 젤렌 이태원점에서 맛본 런치메뉴

by in사하라 2015.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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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부탁해 미카엘 셰프의 불가리아 레스토랑

젤렌 이태원점에서 맛본 런치메뉴

처음 맛본 불가리아 음식, 스타 셰프 미카엘 셰프의 레스토랑 젤렌에 다녀오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큰 인기를 끌면서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셰프들의 레스토랑은 손님으로 연일 문전성시다. 소위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음식을 직접 맛 보고 싶은 마음에, 혹시라도 셰프들을 직접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도 비슷한 이유로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셰프의 매장에 방문한 것이 벌써 세번째다. 지금은 폐업한 박준우 기자(?)의 카페 오쁘띠베르와 최현석 셰프의 엘본더테이블에 이어 평일에 시간이 나 미카엘 셰프의 불가리아 레스토랑 젤렌(Zelen)에 다녀왔다.

 

이태원의 세계음식 특화거리에 위치한 젤렌은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레스토랑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한다. Zelen은 불가리아어로 녹색을 의미한다.

 

 

이태원 해밀톤 호텔 뒷 골목과 길 건너 골목에는 다양한 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이 일대가 바로 이태원 세계음식 특화거리. 특히 해밀톤 호텔 뒷 골목은 골목 하나가 온전히 이런 레스토랑으로 가득차 있다. 홍석천이 운영하는 레스토랑들이 바로 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최근 우리 부부는 평일에 사람이 많지 않은 틈을 타 유명 맛집을 방문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오늘은 테이스티로드에 방영된 이태원의 서서 먹는 레스토랑 '오레노'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곳은 퀄리티 높은 프렌치, 이탈리안 메뉴를 1~2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오레노의 오픈 시간이 4시였던 것. 이제 막 2시가 넘어가는 중이었고 우리 배는 밥을 달라 아우성이었다. 4시까지 기다리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태원 세계음식 특화거리,

홍석천의 레스토랑과 다양한 세계음식 레스토랑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허기를 달래줄 적당한 음식점을 찾아 이태원 골목을 거닐었다. 당초 목표가 무산되자 마땅한 대안을 찾기 쉽지 않았다. 한참을 둘러보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중인 미카엘 셰프의 레스토랑 젤렌에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했다. 언젠가 한번쯤은 방문해 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방문하게 될 줄은 몰랐다. 때마침 붐비지 않는 평일 점심 시간이라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태원 젤렌을 찾은 그날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다.

가을 하늘이 푸르르다.


개업한지 5년이 넘은 젤렌은 막 개업한 신상 레스토랑들과는 다른 앤틱한 느낌을 풍긴다. 불가리아라는 나라도 음식도 생소하기에 어떤 분위기가 불가리아와 어울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분위기는 만족스러웠다. 평일 점심 시간이라 손님이 많지 않은 탓에 밝은 창가쪽 테이블만 운영 중이었다. 날씨가 화창해 큰 창으로 스며드는 햇볕이 좋았다. 하지만 너무 뜨거워 창가쪽에 테이블을 잡았던 몇몇 커플들은 자리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적당한 테이블을 잡은 덕에 뜨겁지 않게 햇볕만 즐길 수 있었다.

 

 

햇볕이 잘드는 창가는 우리의 기분을 한단계 업 시켰다.

창문 너머로 가을 하늘이 아름다웠다.


이태원의 몇몇 레스토랑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있는데, 바로 외국인 점원에게 주문하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영어를 사용할 일이 거의 전무한데, 이태원의 몇몇 레스토랑을 방문하면 싫어도 영어로 주문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젤렌도 마찬가지다. 홀에서 서빙을 하는 직원들 사이에 외국인이 몇몇이 있었다. 그리고 하필 그 많은 직원들 중 메뉴판을 들고 우리 테이블 옆에 선 직원은 어느 나라에서 온지 모를 외국인이었다. 덕분에 영어로 주문하는 어색한 순간을 견뎌야 했다. 영어라고 해봐야 메뉴 이름 하나하나 말하는 것인데, 왜 그리 민망한 기분이 드는지 참 의아하다.

 

젤렌의 메뉴판

 

점심 시간에 방문한 우리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런치 메뉴 두가지를 각각 주문했다. 가격대가 그리 낮은편이 아니기에 점심 시간대에 방문하면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맛 볼 수 있는 런치 세트가 때로는 효과적이다. 주변 테이블을 둘러보니 모든 테이블이 런치 세트를 주문한 것 같았다. 주문할 때 직원도 런치 메뉴를 친절히 소개하며 권하는듯한 느낌이었는데, 점심 시간대에는 미카엘 셰프가 없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젤렌의 런치 메뉴가 보인다.

A, B 두개의 코스가 있고 메뉴는 수시로 바뀌는 듯 하다.

 

여느 레스토랑처럼 식전빵이 준비되었다. 빵과 함께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섞어 내었다. 빵에 꾹 찍어 먹으면 참 맛있다.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의 조합은 빵은 버터를 발라 먹어야 한다는 아웃백 부시맨 브레드에서부터 시작된 생각의 종말을 알린다.

 

 

젤렌의 식전빵과 빵을 찍어 먹을 올리브 오일 + 발사믹 식초

 

가장 먼저 준비된 세트 메뉴는 치킨 수프. 치킨 스톡 베이스에 감자등의 채소와 닭 가슴살이 들어간 맑은 국물 느낌의 수프였다. 질감이 우리가 생각하는 수프보다 훨씬 묽은 국같은 느낌. 맛은 치킨 스톡 특유의 감칠맛이 강한데 여기에 크림인지 우유인지가 들어가 부드러운 느낌이다. 삼계탕 국물에 소금을 많이 넣고 우유 혹은 크림을 조금 넣어 잘 섞어 끓이면 아마 이 치킨 수프와 비슷한 맛이 나지 않을까 싶다.  잘게 썰은 고수가 들어가 특유의 향을 더했다. 아직까지 고수의 맛을 잘은 모르겠지만 이날의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치킨 수프 말고도 이어지는 메뉴들에 고수가 들어갔고, 고수의 향에 잘 적응해가는 나에 비해 아내는 조금 힘들어했다. 대만 여행 전까지는 고수에 적응해야 편할텐데... 고수가 들어간 요리에 더 도전해 볼 계획이다.

 

젤렌의 세트A에 포함된 '치킨 수프'

 

치킨 수프에 이어 샐러드가 나왔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평범한 샐러드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이런저런 채소들과 오이, 토마토를 썰어 올린 접시에 소금과 올리브유를 뿌린 샐러드. 일단 드레싱을 소금과 올리브유만으로 만들어 재료 본연의 맛이 부각되는 스타일이었다. 이 샐러드를 맛보니 젤렌이 왜 자연주의 레스토랑인지 이해가 갈 정도였다. 다만 드레싱의 상큼달콤한 맛으로 샐러드를 먹는 우리 부부에게는 그 맛이 조금 아쉬웠다.

 

 

젤렌의 세트B에 포함된 '하우스 샐러드'

 

드디어 기다리던 메인이 나왔다. 큼지막한 접시에 푸짐하게 음식이 준비되었다. 우선 치킨 스테이크를 맛 보았다. 어찌나 잘 구웠는지 닭껍질이 바삭바삭 식감이 아주 좋았다. 바삭하게 구운 닭껍질은 훈연향이 강하고 맛은 고소했다. 나이프로 썰어 입에 한입 넣으면 껍질의 식감과 맛이 먼저 느껴지고, 오래 씹을 수록 껍질 밑 살의 맛이 느껴진다. 살은 퍽퍽하지 않고 적당히 촉촉했다.

 

 

 

 

 

 

젤렌의 세트B의 메인메뉴 '치킨 스테이크'

 

나머지 메인은 '블라로스코 큐프테'라는 생소한 이름의 요리이다. 돼지고기를 갈아 치즈 등의 속을 넣고 뭉쳐 구워낸 요리인데, 그 양이 아주 푸짐했다. 쉽게 이야기하면 치즈를 품은 완자 정도가 될 것 같다. 수분이 많이 증발해 퍽퍽할 것 같았는데 그정도는 아니었고, 속에 들어있는 치즈와 잘 어울어졌다. 고기 비린내는 나지 않았고, 토마토 베이스의 소스와 잘 어울렸다.

 

 

 

 

젤렌의 세트A 메인메뉴 '블라로스코 큐프테'

 

두가지 메인 메뉴 모두 잘게 썬 고수가 올려져 있었고 특유의 향은 메뉴와 잘 어울렸다. 고수의 향을 처음 맡았을 때가 잊혀지지 않는데, 도대체 이 고약한 향을 내뿜는 풀떼기를 왜 먹는지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날 젤렌에서는 그렇게 향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고수에서 느낄 수 있다는 시원한 향을 조금이나마 느꼈던 것 같다.

 

메인 접시까지 모두 비워내자 마지막으로 디저트가 나왔다. 디저트는 아이스크림과 커피 중 선택할 수 있었고, 우리는 큰 고민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맛은 평범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었다. 젤렌의 요거트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아쉽게도 우리는 아이스크림으로 만족해야 했다. 디저트로 나온 아이스크림에는 큐브형으로 자른 사과가 함께 들어있었는데, 양파를 썬 칼을 씻지 않고 사용했는지 도마가 문제인지 사과에서 다른 재료의 냄새가 섞여 났다. 물론 맛에서도 느껴져 마무리가 아쉬웠다.

 

 

젤렌의 세트 메뉴를 먹은 후 디저트로 제공된 아이스크림

 

처음 맛본 불가리아 음식은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메뉴의 가격대가 높은편이고, 런치 메뉴는 아쉬운 부분이 조금 있었다. 둘이서 런치 세트A, B를 같이 시켜 먹기 좋도록 한쪽에는 수프, 한쪽에는 샐러드를 구성해 놓은점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배려일 수 있고, 어떻게 생각하면 상술로 보일 수도 있는 전략이다. 아쉽게도 우리는 미카엘 셰프도 만나지 못했다. 이래저래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레스토랑에서 얼굴을 보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았다. 그야말로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젤렌의 내외부 모습

 


 

젤렌의 런치 세트의 가격은 1인당 19,000원이다. 점심 식사로 적은 비용은 아니다. 그래서 만족스러운 한끼를 기대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미카엘 셰프의 요리를 보며 그 기대감은 더 커졌을 터였다. 막상 런치로 맛 본 젤렌의 음식은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물론 런치 세트를 맛본 탓에 단품 메뉴들의 맛은 알지 못한다. 아마도 인기 메뉴들이 따로 있을 것이다. 일단 런치를 기준으로는 맛은 다소 아쉬웠지만 양 하나만큼은 정말 푸짐했다. 잘 먹는 나지만 먹고 나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배가 불렀다. 메뉴를 따로 주문해 먹어보지 못해 정확한 평은 어렵지만 다시 찾을지 여부는 고민해 봐야겠다.

 

[INFO] 불가리아 레스토랑 젤렌 이태원점

•  장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1동,이태원동 116-14

•  전화  02-749-0600

•  영업시간  평일 - 오전 11:30 ~ 오후 2:30 / 오후 6:00~10:00

                 주말 - 오전 11:30 ~ 오후 3:00 / 오후 5: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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