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푀유 사러 또가야지, 경리단길 브런치 맛집
독일식 빵을 파는 더 베이커스 테이블
THE BAKER'S TABLE
주말에 가면 무조건 줄서서 먹는 경리단길 브런치 맛집, 더 베이커스 테이블 방문기
요즘 우리 부부는 이태원, 서촌 등지를 탐방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유명 맛집이나 새로운 분위기의 레스토랑,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카페 등 가봐야 할 곳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경리단길에는 독특한 컨셉과 분위기의 음식점이 많다. 이미 테이스티로드, 식신로드 등 미디어에 노출 되면서 유명해진 집들도 많고, 새로운 스팟들 또한 수시로 들어서기 때문에 가도가도 질리지 않는 곳이 경리단길이다. 다만 주말에는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고, 줄을 설 각오를 하고 가야만 한다.
오늘은 경리단길에서 이미 유명할대로 유명한 독일식 빵집이자 브런치 레스토랑 '더 베이커스 테이블 THE BAKER'S TABLE'에 다녀온 이야기를 할까한다. |
경리단길에서 브런치로 유명한
'더 베이커스 테이블 THE BAKER'S TABLE'
고수 극복 로드의 끝은 더 베이커스 테이블?
우리는 태국 음식을 먹기 위해 경리단길을 찾았다. 우리는 경리단길에서 태국 음식으로 유명한 '까올리포차나'에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몰랐다. 까올리포차나는 일요일에만 점심때 오픈을 한다는 사실을... 줄을 설 각오까지 하고 왔지만 막상 가게가 열지를 않았다.
방콕 여행 첫날 첫끼로 먹은 MK수끼.
우리는 고작 소스에 조금 들은 고수향 조차 견디기 힘들었다.
다가올 연말 대만 여행을 앞둔 우리는 미각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도대체 왜 먹는지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고수'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태국 여행에서 느낀바가 있어 세운 계획이었다.
다가올 12월 말 ~ 1월초 우리는 대만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고수향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태국에서 고수를 입에 대지도 못했는데, 덕분에 '마이 싸이 팍치!(고수는 빼주세요!)'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이게 꽤나 무지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태국 음식에서 고수를 빼고 달라는 것은 우리의 김치찌개에서 김치를 빼고 달라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수를 먹기로 결심했고, 그 시작을 태국 음식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굳게 닫힌 문에 우리는 그저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한국'속의 '외국' 더 베이커스 테이블
이래저래 고민하다 보니 늦은 점심 시간이 되었고, 결국 우리는 '더 베이커스 테이블'에 가기로 합의했다. 언제나 긴 줄을 자랑하는 이 곳이 웬일로 줄이 짧아 기다린지 10분이 채 되지않아 들어갈 수 있었다.
식사 시간에는 언제나 줄을 서서 대기할 수 밖에 없는 '더 베이커스 테이블'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손님 비율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더 베이커스 테이블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우리는 당황했다. 서버들이 전부 외국인이었다. 그것도 한국말에 익숙치 않아 보이는. 아니 한국말을 분명 잘 못하더라. 우리가 방문한 그날 매장에는 제법 많은 외국인 손님들이 있었기에 충분히 이해는 됐다. 다만 한국에서 영어를 쓴다는 자체가 무척 어색했고, 우리는 더듬더듬 주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주방에서 준비된 음식이 나오는 곳 바로 앞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이내 우리는 홀에 있는 직원들 뿐만 아니라 주방 직원들도 전부 외국인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되었다.
더 베이커스 테이블의 오너는 3대째 베이커리를 운영해온 독일인이고, 주방과 홀의 직원들은 전부 외국인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메뉴판도 영어로만 적혀있다. 한국 속에서 굳이 가장 외국스러운 장소를 찾자면 바로 여기가 아닐끼 싶었다. 더 베이커스 테이블은 가장 이국적인 동네 이태원 안에서 가장 외국스러운 레스토랑이라 느껴졌다.
준비된 음식들이 홀 직원들에게 전달되는 선반,
가장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 선반 바로 옆자리였다.
다른 사람들이 주문한 음식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더 베이커스 테이블에서의 만족스러운 한끼
여튼 우리는 더 베이커스 버거(The Baker's Burger)와 베이커스 테이블 BLT 샌드위치(Baker's Table BLT Sandwich) 그리고 토마토 수프(Tomato Soup)와 콜라 한잔을 주문했다. 사실 더 베이커스 테이블은 브런치 메뉴들이 유명한데, 늦은 오후에 찾은 탓인지 우리는 브런치보다는 좀 더 묵직한 메뉴들을 찾게 되었다.
사실 첫 방문이다 보니 어떤 메뉴를 주문할지 한참을 고민했는데, 이런 경우 나만의 메뉴 주문 방법이 있다. 바로 가게 이름이 들어간 메뉴를 주문 하는 것. 보통 레스토랑에서 가게 이름을 넣은 메뉴는 자신 있는 메뉴이거나 레스토랑의 시그니쳐 메뉴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처음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가게 이름이 들어간 메뉴를 주문해 보자. 우리는 이번에 처음으로 더 베이커스 테이블을 방문했고, 토마토 스프를 제외한 두 메뉴 모두 가게명이 들어간 메뉴로 주문했다.
가장 먼저 토마토 수프가 준비되었다. 딱히 수프가 먹고싶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검색 중에 토마토 스프가 맛있었다는 한 블로거의 이야기에 주문하게 되었다. 수프라고 보기에 익숙치 않은 색깔, 주황색 수프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바게트 한조각이 올려졌다. 맛은 로제 소스를 생각하면 거의 정확하다. 아마도 익힌 토마토의 껍질을 벗긴 후 베샤멜 소스와 함께 끓인 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갈아서 내는 것 같았다. 독특한 맛을 기대했는데 익숙한 맛이라서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더 베이커스 테이블의 토마토 수프(\5,000).
처음 접한 토마토 수프라 기대했지만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다음은 베이커스 테이블 BLT 샌드위치(BAKER'S TABLE BLT SANDWICH). 샌드위치에 들어간 토마토와 야채들이 신선했다. 베이컨의 바삭한 식감과 오일리한 맛이 좋았다. 무심한듯 접시에 뿌려진 파슬리 가루가 묘하게 입 맛을 자극했다. 충분히 맛있는 샌드위치였다. 다만 두꺼워서 썰어먹기에도 들고 먹기에도 다소 불편한 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맛본 샌드위치들 중 가장 맛있었던 샌드위치는 마카오의 한 호텔 수영장에서 시켜 먹었던 클럽 샌드위치다. 한참을 물놀이를 한 후에 먹어서 유독 맛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그 클럽 샌드위치의 맛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 후로는 해외 여행을 가서 수영장을 찾으면 꼭 클럽 샌드위치를 한번은 시켜 먹게 된 것 같다.
더 베이커스 테이블의 베이커스 테이블 BLT 샌드위치(\9,500)
다음은 더 베이커스 버거(THE BAKER'S BURGER). BLT 샌드위치가 샌드위치만 덩그라니 접시에 오른 것과는 달리 버거는 사이드 메뉴가 딸려 나왔다. 사이드 메뉴로는 웨지 감자가 준비 되었다. 더 베이커스 버거는 일단 빵의 맛이 굉장히 좋았다. 빵이 고소해서 버거 맛의 기반을 잡아준다. 버거의 패티는 상당히 두꺼웠는데, 육즙을 가득 품고 있었다.
이날 주문한 세가지 메뉴 중 가장 맛있게 먹었던 메뉴가 바로 더 베이커스 버거였다. 그런데 묘한건 지금에 와서 자꾸 생각나는 메뉴는 토마토 수프다. 결국 시간 내서 한번 더 가보고 싶다는 소리다.
더 베이커스 테이블의 베이커스 버거(\16,500)
사이드로 나온 웨지감자와 함께 찍어 먹도록 마요네즈가 준비되었다. 마요네즈의 맛을 보니 직접 만든 맛이다. 웨지 감자와 잘 어울렸다. 주방이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탓에 웨지감자를 튀기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한 외국인이 무심한듯 감자를 튀겨내더니 기름도 그다지 제거하지 않고 접시에 툭하고 웨지감자를 올려냈다. 오오 저 기름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느끼해서 먹을수나 있겠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먹어보니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바로 튀겨서 따뜻했고 적당히 간이되어 있어 버거와 함께 먹기에 정말 좋았다.
더 베이커스 버거의 사이드 메뉴, 웨지 감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라는 말이 있다. 그간 맛집 포스팅을 올리며 빼먹지 않고 했던 말이 있는데, 맥주를 시켰어야 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다시 반복해야겠다. 이 집에서도 맥주를 시켰어야했다. 애초에 브런치 메뉴를 포기했는데 어찌하여 맥주를 주문하지 않았던가. 차를 핑계로 역시나 맥주대신 콜라를 주문했다. 자 기억해라, 다음 기회에는 차는 아내에게 맡기고 꼭 맥주를 주문하자.
우리는 콜라를 주문했다. 그런데 맥주 잔에 콜라를 주더라.
이게 무슨 말이냐면, 맥주를 시켰어야했다는 말이다.
더 베이커스 테이블은 사실 빵집이다
이미 이야기했지만 더 베이커스 테이블의 주인은 독일에서 3대를 이어온 제빵사다. 이 말은 곧 더 베이커스 테이블이 베이커리라는 뜻. 다양한 식사 메뉴들을 판매하고 있지만 빵을 이용한 메뉴들이 주를 이룬다. 실재로 아래처럼 다양한 빵들을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맛있고 신선해 보이는 빵들이 계산대 옆에 진열되어 있다. 식사를 하면서 지켜보니, 그저 빵을 사러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 같더라. 집 근처에 이런 빵집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우리는 배부르게 실컷 한끼를 해치웠지만 결국 이 진열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빵 몇개를 주워왔다. 이 집에서 판매하는 모든 빵을 다 먹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천 개의 잎사귀'를 의미하는 밀푀유를 강력 추천한다. 바삭하면서 그 맛은 굉장히 부드러운 아주 맛있는 빵이었다. 아내가 다음 번에는 꼭 브런치를 먹으러 오자고 했는데, 그때에도 밀푀유를 포함해 빵들을 구매하게 될 것 같다.
더 베이커스 테이블에서는 다양한 빵들을 판매하고 있다.
식사 메뉴들 뿐만 아니라 빵도 굉장히 맛있었다.
가장 이국적인 한국 이태원 경리단길, 어쩌면 그 안에서도 가장 외국스러울지 모르는 더 베이커스 테이블에 다녀왔다. 맛있는 한끼와 덤으로 빵을 잔뜩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집이다.
종종 직원들이 외국인이라 소통이 되지 않는다, 직원들이 영어 밖에 못해서 메뉴가 잘못 서브됐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영어로 주문하고 하는 과정이 다소 어색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또한 이 집의 매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한국의 어느 식당에서 영어로 주문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겠는가? 주문할 때 조금만 더 신경써서 천천히 이야기하면 불편한 경험을 하는 일은 없으리라 본다. 유독 영어 앞에서 작아지는 우리들이기에 가자미눈을 하고 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생각 해본다. 음식은 맛있었고, 홀 직원들은 친절했다. 그정도면 내게는 충분했다.
경리단길에는 오토바이 판매 전단 하나 조차도 영어로 되어 있더라.
구석구석이 이국적인 모습으로 가득하다.
[INFO] 이태원 경리단길의 이국적인 맛집, 더 베이커스 테이블(THE BAKER'S TABLE)
• 장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녹사평대로 244-1
• 전화 010-8768-6454, 070-7717-3501
• 영업시간 오전 8:00 ~ 오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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