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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REVIEW/영화

부산행 흥행의 이유? 부산행은 하위문화 좀비를 주류로 만들었나?

by in사하라 2016.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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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흥행의 이유?
부산행은 하위문화 좀비를 주류로 만들었나?

부산행을 본 뒤 생각해 본 두 가지 이야기

 

 

 

대한민국....

그리고 좀

 

최근 부산행이 개봉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연일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누적 관객수는 600만명을 곧 돌파할 예정이라는 것 같네요. 이렇게나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 '부산행'은 다름아닌 좀비를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좀비'라는 소재는 말 그대로 서브컬쳐였습니다. 언제나 주류에 편승하길 바라고 비주류를 무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대한민국에서 좀비라는 소재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좀비물을 좋아한다는 말 뒤에는 왜 그런걸 좋아하느냐는 이야기가 따라오기 마련이었죠.  이러한 현상은 좀비에만 국한되지 않고 비주류 문화 전반에 걸쳐있었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 영화계는 오랜 기간 뻔한 스토리의 영화들이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다양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흥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좀비를 다룬 영화가 흥행하는 경우는 전무했습니다. 그런데 부산행이 흥행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좀비물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좀비물이라면 다 좋아한다는 말이 아니라, 좀비를 하나의 소재로서 인정하고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좀비 영화도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잘 만들어진 영화와 그렇지 못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좋은 시나리오와 수준 높은 연출력으로 만들어진 좀비물을 좋아합니다. 재미있기 때문이죠. '28주 후', '새벽의 저주'와 같은 영화가 웰메이드 좀비 영화입니다. 혹평을 받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홀로 남겨진 절망감을 잘 표현한 윌 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도 좋아하는 좀비 영화입니다.


좀비물을 처음부터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공포 영화를 끔찍히 싫어하는 탓에 무조건 피하고 보지 않았습니다. 어릴적 '링'이나 '13몬스터' 같은 영화를 보고 그 잔상이 오래 남아 밤마다 뒤척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친구가 '28일 후'를 같이보자고 졸라대지만 않았다면 좀비물도 다른 공포영화들처럼 보지 않았을 겁니다. '28일 후'를 본 후로 그 재미를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고, 좋은 평을 받는 몇몇 편들을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대하고 있던 부산행을 드디어 보게 되었습니다.

 

 

부산행 흥행의

이유는?


부산행을 보고나니 그 흥행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좀비물임에도 지금과 같은 성공을 하게 된 데에는 몇몇 배경과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그 이유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칸이 갖는 의미
일단 칸에 초청을 받은 영화는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더더군다나 그 영화가 너무 어렵고 진중한 영화가 아니라면 관객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상영관을 향하게 됩니다. 여기에 칸에서의 몇몇 스토리가 추가 되었습니다. 부산행이 기립 박수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 올렸고, 마동석이 열연한 상화라는 캐릭터에 매료된 칸의 관객들이 '저 동양의 터프가이는 누구냐?'라 물었다는 일화는 마요미 열풍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사람들은 도대체 마동석이 부산행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궁금해 하게 됩니다.

 

2] 대세 마동석
지금 대한민국 영화판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배우는 단연 마동석입니다. 근육질에 거대한 몸집의 이 배우는 외모와 상반되는 반전 캐릭터를 통해 '마요미'라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칸에서의 '아시안 터프가이 일화'는 이런 마요미 열풍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영화의 흥행에 한 몫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어 보이네요.

 


3] 입소문
칸에서의 뜨거웠던 반응과 부산행에서 마요미의 위엄 그리고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영화관으로 관객을 이끌었습니다. 놀랍게도 부산행이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사실조차 모른채 이런 입소문에만 이끌려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막상 스크린에 등장하는 좀비를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분들이 제법 된다고 하더군요.


소위 핫 한 영화의 경우 회사나 학교에서 끊임없이 거론되기 때문에 보지 않으면 이야기에 끼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것을 정말  견디기 힘들어하죠. 그래서 어떤 영화인지 알아보지 않고 영화를 보러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유행하니 나도 봐야지라는 생각이고, 천만 영화 곡성의 흥행 또한 이런 영향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저 추격자 쯤의 스릴러를 기대하며 극장을 찾았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4] 15세 관람가 좀비 영화
좀비 영화는 보통 잔인하고 고어 영화의 성격을 띄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덕분에 대부분의 좀비물은 미성년자 관람 불가 등급을 받게 됩니다. 이런 경향은 좀비물에 대한 거부감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사실 일반 액션 영화 정도의 연출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좀비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월드워Z', '나는 전설이다' 등에서 이미 경험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유독 고어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연출이 많아 좀비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것이죠.

 

부산행은 15세 관람가로 개봉했습니다. 당연히 잔인한 장면은 많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 애기들이 볼 수 있을 정도면 그냥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인 것이죠. 덕분에 이 영화 좀비물이라는 부담이 없습니다. 좀 색다른 액션 영화 한편 보러간다 생각하면 딱 알맞은 수준입니다. 수위 조절을 통해 좀비 영화에 대한 거부감과 접근성을 확 낮추게 된 것이죠.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은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극복해 냈습니다.

 

관람 가능 연령을 낮추는 것은 흥행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 등급과 15세 관람가는 관람 가능 인구의 절대치 자체가 다릅니다. 아무래도 관람 가능 연령을 낮추는 것이 여로모로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부산행은 미성년자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만한 영화였습니다.


5] 제작비 100억 그리고 출연진
국내산 좀비 영화가 일단 몇편 되지 않지만 그나마도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없는 살림에 허리띠 조여가며 연출하는 데에는 한계가 많을 수 밖에 없고, 어설픈 분장이나 CG는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게 됩니다. 자연스레 영화는 하락세에 접어들죠. 그 이후에는 역시 한국에서 좀비는 안된다라는 푸념만이 뒤 따르게 됩니다.

 

부산행은 제작비 80억, 홍보비 포함 100억이 넘는 자금이 투입되었습니다. 2010년에 개봉한 '이웃집 좀비'가 총 제작비 2천만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부산행의 제작비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덕분에 대한민국 좀비 영화 사상 가장 호화로운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포스터에 주연 배우들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들어가야만 하는 이 나라에서 어떤 배우들이 영화에 참여했는지는 여전히 흥행의 큰 변수입니다. 공유, 마동석, 정유미, 최우식, 안소희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출연진에서 손해를 볼 것 같지는 않네요.

 

 

6] 연상호 감독

'돼지의 왕', '사이비' 등의 애니메이션으로 큰 주목을 받은 연상호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실사 영화가 바로 '부산행'입니다. 그의 팬들은 '연상호'라는 이름만으로도 '부산행'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돼지의 왕', '사이비' 같은 작품에 매료된 그의 팬들은 당연히 극장을 찾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본 후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아마 그의 팬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강하게 담아내던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부산행'은 그 스토리, 감동 포인트, 결말 등이 다소 전형적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전형성이 흥행에는 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복잡 미묘한 사실... 여튼 8월에 개봉할 '서울역'이 기대되는 것은 여전히 '연상호'라는 이름 석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산행은 하위문화 좀비를

주류로 만들었나?

 

좀비를 소재로한 영화가 대한민국에서 개봉을 했고,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좀비 영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한 좀비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죠. '제이슨 본',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기대작들이 부산행의 뒤를 이을 예정이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천만 관객을 예측하는 사람들도 제법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만 생각하면 서브 컬쳐인 좀비가 앞으로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을 만큼 주류 문화로 성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좀비 영화의 다양하고 넓은 스펙트럼을 온전히 소화해 내기란 여전히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죠. 좀비 영화는 유독 B급 영화가 많고, 작품별로 연출과 표현의 편차가 원체 심한 편입니다. 아마도 좀비 영화 특유의 잔혹성이 높아지면 우리나라에서 흥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 표현의 수준을 낮춰 좀비를 소재로 하는 액션 영화, 블록버스터 영화의 느낌이라면 앞으로도 흥행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부산행이 하위문화 좀비를 주류문화를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니 당연한 실패입니다.) 대중들이 좀비를 조금은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것 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요즘 날씨가 굉장히 무덥습니다. 기온도 높은데 습도가 워낙 높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부산행은 이런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 시원하게 틀어진 극장에서 보기에 딱 안성맞춤인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좀비 영화의 팬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국산 좀비 영화가 될 것 같고, 아닌 분들에게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만한 재난 영화 혹은 액션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부산행이 '제이슨 본'과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과연 천만 관객을 돌파할지 기대가 되는군요.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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