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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REVIEW/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로 살펴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식

by in사하라 2015.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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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제니시스로 살펴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식

Terminator Genisys, 2015

 

"I'll be back"을 외치며 따봉을 날렸던 아놀드 형님이 진짜로 돌아왔다. 지난 7월 2일 터미네이터 그 다섯번째 이야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개봉 한 것.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1984년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 개봉 이후 무려 31년째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 1, 2가 명작의 반열에 오르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그 뒤 3, 4편은 기존 스토리 라인을 해치지 않으려는 각고의 노력 속에 써로게이트를 연출한 '조나단 모스토우'와 미녀 삼총사의 '맥지'가 연출했다. 그리고 지난 2일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개봉하기에 이르렀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귀환

 

지난 2003년에 개봉한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터미네이터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고희를 앞둔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과격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기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고,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에서 T-800을 100% CG 처리한 점, 익스펜더블의 그에게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이런 생각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이런 확신을 깨고 그는 다섯번째 시리즈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로 귀환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없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상상 할 수 없다.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이 그 없이도 좋은 평가와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공백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이를 극복하고 터미네이터로 스크린에 복귀해 준 그가 반갑고 고맙다. 한마디로 완성된 터미네이터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그의 귀환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그를 다시 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T-1000이 되어 돌아온 이병헌

 

헐리우드에 진출한 이병헌은 굵직한 작품들에 연이어 출연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빚어가고 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출연할 것이라는 사실은 국내에서 큰 이슈가 되었고 그의 사생활과는 별개로 영화의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재로 개봉 초반 북미보다 국내에서 우수한 흥행 성적을 보여줬고 관객의 반응도 더 긍정적인 편이다.

 

이병헌의 연기력이야 정평이 나 있지만 T-1000이 그에게 어울리는 배역이었는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 물론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도 그의 연기는 군더더기 없었다. 다만 그의 연기에 비교 대상이 있다는 사실이 문제. 개인적으로는 터미네이터 2의 로버트 패트릭의 T-1000이 훨씬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이런 느낌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신체 사이즈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인간을 압도하는 기계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그는 다소 왜소해 보였다. 188cm의 아놀드 슈왈제네거 옆에서 그는 유독 작아보였다.

 

이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리부트 되었고 3편에 걸쳐 제작될 예정이라 한다. 이병헌은 현재 3편에 대해 가계약을 맺은 상황. 아시아에서 강력한 티켓파워를 보유한 이병헌은 후속에도 출연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미에서 신통찮은 모습을 보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국내를 비롯한 타 국가에서 되려 흥행에 성공했다. 제작사는 아마도 상황을 유지하면서 북미에서도 성공을 거둘 전략에 고심일테니 이병헌은 버리기에 아까운 카드가 분명해 보인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로 들여다 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식

최근 헐리우드 개봉작들을 보면 트렌드가 눈에 보인다. 각각의 다른 스토리를 비슷비슷한 방식으로 풀어내는데, 마치 공식을 세워두고 변수에 값만 대입하고 있는 모양세다. 물론 모든 영화가 다 공식을 따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블록버스터일수록 제작비가 높은 영화일 수록 이 공식을 활용하는 경향이 짙다. 아무래도 공식이 수익을 내는데 효과적이었나 보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도 이 공식을 잘 활용한 영화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렌드를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통해 간단히 살펴볼까 한다.

 

 

쉽게 돈벌자, 지속적인 시리즈물 제작
올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을 맞아 개봉하는 헐리우드 대작은 쥬라기 월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판타스틱4, 미션 임파서블 등 시리즈물 혹은 시리즈를 의도 하고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한 작품이 성공하기 무섭게 속편이 제작된다. 제목에 숫자를 이어 달고 나오는 작품은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이다. 심지어 이런 작품들 중 다수가 흥행에 성공했다. 속편은 망한다는 속설이 이제는 무색해 보인다. 극장가에서 히어로물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관련이 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도 벌써 그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이다. 심지어 두편을 추가로 제작할 의도로 이번 편에서 리부트 되었다.

 

헐리우드의 시리즈 제작은 이미 성공한 캐릭터와 스토리에 기대어 성공을 보장 받으려는 제작사의 바램이 만들어낸 결과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흥행과 수익을 보장 받고, 관객은 좋아하는 캐릭터를 계속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 이런 시리즈물이 헐리우드의 창의성 결여를 상징하고 영화판의 다양성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재미있게 깔깔 웃으며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도 기억에 남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최근의 경험이 이런 영화 트렌드와 맞물려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웃기면 성공한다, 유머 강박증
헐리우드는 지금 유머 강박에 빠져있다. 영화가 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 중 유독 유머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 영화 중간중간 웃음 요소를 배치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 주인공이나 극 중 캐릭터는 재치 있는 말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영화 속 히어로들은 하나같이 개그맨 뺨친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영화가 재미있고 웃기면 물론 더 좋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다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아마도 터미네이터가 바로 그런 영화일 것이다. 터미네이터라는 영화에서 관객이 기대하는 이미지는 말 그대로 '터미네이터 2'이다. 어린시절의 나에게 TV에서 방영되던 터미네이터 2는 그야말로 '공포'였다. 당시에는 뭐가 그리도 무서웠는지 가슴 조리며 봤던 기억이 선하다. 어린 나이임에도 영화 전체에서 풍기는 어둡고 긴박한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터미네이터 2가 T-1000과의 추격전으로 급박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노력했다면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어둡고 암울한 미래와 인류를 잘 그려냈다. 우리는 터미네이터에서 농담을 던지는 로봇을 기대하지 않는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흥행 공식에 우겨넣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 화려하고 실감나게, CG에 대한 집착

CG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헐리우드는 블록버스터 한편을 제작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사용한다.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으로 극장에서 만나는 작품 대부분의 제작비가 1억 달러를 상회한다. 그리고 CG 비용은 제작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컴퓨터 그래픽의 발달은 상상의 실현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수많은 시나리오들이 CG의 발달로 빛을 볼 수 있었다. 때로는 과거의 작품들이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CG로 무장하고 다시 스크린에 오르기도 했다. CG 기술의 진일보가 영화 산업을 한단계 끌어올린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러한 CG의 발달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한 반면 리얼리티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우리의 눈은 CG의 화려함에 현혹 되더라도 머리는 스크린 속 모습이 현실이 아님을 인지한다. CG로 도배한 영화들이 많아질 수록 관객들의 CG 피로도는 알게 모르게 쌓여갔다. 그 결과가 리얼리티에 대한 향수로 표출 되었다. 대부분을 실사로 촬영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성공은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실사 촬영에 분명한 한계가 있는만큼 CG를 배제한 영화 제작은 이제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나친 CG의 사용은 몰입감을 방해 하기도 하는 만큼 적당한 절충을 통한 해법 모색이 주요할 듯 싶다.


돌아서면 기억나지 않는다, 뻔한 스토리

영화를 보고 나올때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있다. 실재로 비슷비슷한 스토리의 영화가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내용만 보면 다르지만 큰 흐름을 놓고 보면 기승전결이 비슷한 영화들이 많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관객을 놀라게 해야 할 반전이 뻔히 예상 되는 경우도 있다.

 

비슷비슷한 영화가 공산품 찍어 내듯이 만들어 지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제작사가 의도했다기 보다는 관객들의 성향과 리액션이 반영된 결과다. 제작사는 더 많은 관객을 극장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어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영화 대신 가볍고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더 많이 찾는 관객 성향이 지금의 트렌드에 반영된 것이다. 현실이 빡빡하고 복잡한 탓에 사람들은기분 전환에 좋은 단순하고 재미있는 컨텐츠에 매료된다. 제작사는 컨텐츠 생산에 고심하기 보다는 기존의 성공했던 영화와 비슷한 성향의 영화를 또 다시 만들는 안전한 성공의 길을 걸으랴 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에 또다시 관객들이 몰려든다. 이처럼 관객이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고 획일화 된 컨텐츠만 반복적으로 찾는다면 결국 영화 시장의 다양성은 무시되고 겉만 화려한 영화들만 남게 될 것이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북미에서의 아쉬운 성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비롯 해외에서 나름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나름 관객은 끌어모으고 있지만 전반전, 후반전 마냥 중간이 툭하고 끊어져 버린 스토리와 기존 다크한 분위기를 벗어던지고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식에 몸을 우겨 넣은 덕분에 매니아층으로부터 원성이 자자하다. 3부작 제작을 위해 리부팅 한 만큼 앞으로 남은 두 편에서 어떤 모습으로 제작 될지 지켜봐야겠다. 흥행만을 위해 기존 시리즈의 맥락을 무시한다면 이어질 두 편은 아마도 관객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리뷰까지 작성한 지금 그저 고생한 아놀드 형님만이 기억에 남았다.

 

포스팅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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