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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사하라/이런저런 이야기

서울을 알고 싶다면 지하철을 타라

by in사하라 2013.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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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알고 싶다면 지하철을 타라

천만명 이상이 사는 서울의 지하철을 들여다보다.

 


출근지가 종종 바뀌는 직업의 특성상 서울의 곳곳으로 출퇴근을 해왔지만 출퇴근 수단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탈것이 바로 지하철입니다. 늦잠을 자서 어쩔 수 없을 때는 택시를 타기도 하지만 러시아워 시간대의 서울 주요 도로는 미터기의 말만 열심히 달리게 할 뿐 정작 택시가 전진토록 허락하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택시는 언제나 지갑을 가볍게 만드는 마술을 부리고는 합니다. 여튼 지하철은 서울 생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교통 수단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지하철 2호선에 몸을 싣습니다. 


이런 지하철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그대로 빼다 박아 놓은듯 합니다. 지하철을 가만히 바라보면 마치 서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는 하죠. 그만큼 서울과 그 안의 지하철은 서로 닮았습니다. 그래서 지하철을 둘러보면 서울과 그 안의 사람들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이 어떤지도 알 수 있죠. 


인구밀도 세계 6위 도시

지하철의 아침은 번잡합니다. 모두가 자신이 업으로 삼고있는 일을 하기 위해 어딘가로 분주히 움직입니다. 이 많은 사람들은 신성한 노동의 댓가로 매달 어느 정도의 돈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돈이나 성취를 위해 아침 일찍 역사를 찾는 이들은 행렬을 이루고 이 행렬은 급기야 사각의 지하철 안으로 집결합니다. 서로 밀고 당기고 부대끼며 사람들은 사유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지하철은 문 밖에서 밀고 들어와도 타기 힘겨울 정도로 꽉들어차지만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목적지에 다다르기만 기다릴 따름입니다. 이처럼 지하철은 제곱킬로미터당 1만 6700명으로 인구밀도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과 꼭 닮았습니다. 사람들은 서울이라는 작은 도시에 빽빽이 들어차 아둥바둥 살아갑니다. 


바쁜 사람들

외국인들이 한국 하면 '빨리빨리'라는 단어를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익숙해져 버린 탓인지 요즘은 많이 들리지 않지만 역사와 지하철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변한 탓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작년 여름 휴가로 싱가폴을 다녀왔습니다. 싱가폴에는 MRT라 불리는 지하철이 있습니다. 싱가폴의 지하철도 우리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 입니다. 역사도 지하철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우리의 지하철과는 뭔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무엇이 다른지 곰곰이 생각하다 무릎을 탁 하고 쳤습니다. 차이는 바로 단 하나 사람들의 여유였습니다. 싱가폴에는 우리처럼 밀고 타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하철이 이미 붐빈다 싶으면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기다립니다. 억지로 밀고 구겨져 서로 노려보거나 욕을 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5일이 짧았기 때문일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싱가폴 사람들의 표정도 행동도 우리보다 훨씬 여유로웠습니다. 더운 나라 사람들이 유독 여유로운 탓인지 우리가 여유를 모르고 사는 것인지는 생각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늦은 시간 서울의 지하철엔 크게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다 집으로 향하는 지친 표정의 사람들이고 다른 힌 종류의 사람들은 술에 취해 붉게 상기된 얼굴로 지하철에 오른 이들입니다. 이런 지하철의 모습은 수치로도 확인이 가능한데, OECD가입국 중 평균 근로 시간 1위, 세계 1인당 술 소비율 1위라는 단적인 순위로 드러납니다. 이러한 두가지 순위는 모두 우리 나라의 근로 문화에 기인합니다.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개인보다 회사를 중요시 하도록  강요하는 강압적 행태와 복종을 요구하는 수직적인 분위기, 사람보다 성과를 중시하는 성과주의, 술이 중심이 되는 회식 문화 등이 일궈낸 기염입니다. 늦은시간 서울의 지하철엔 지친 표정의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우리 나라의 근로 문화가 개선되어 앞으로 불명예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IT 강국(?)

지금 퇴근길 지하철에 올라 손잡이에 의지해 서 있습니다. 앞자리엔 여섯명이 나란히 앉아있고 좌우 그리고 뒤로도 사람이 한 가득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하나같이 스마트 폰을 들여다 보고 있네요. 물론 이 글을 쓰느라 저도 열심히 자판을 눌러 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습이 썩 좋아보이지가 않네요. 일행이 있는 사람들 마저도 서로를 보지않고 스마트폰에만 집중합니다. 대한민국은 스마트폰에 극도로 중독되어 있습니다. 우수한 통신 인프라와 삼성 엘지 같은 IT 기업을 보유한 우리 나라의 이면에는 소통의 단절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괜한 생각에 이 글을 서둘러 마무리 짓고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넣으려 합니다.


서울을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 지하철을 둘러보며 상념에 빠져 쓴 글이었습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음을 지하철 안에서 새삼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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