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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REVIEW/책

방콕 여행 전 읽은 'On the Road 카오산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by in사하라 2014.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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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여행 전 읽은

 'On the Road 카오산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장기 여행자들의 '여행', '삶'에 대한 태도를 읽다.

 

 

그 흔한 어학연수 한번 다녀오지 않은 나는 20대 후반이라는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출입국 신고서를 쓰는 것 조차 두려웠던 초행길 나의 목적지는 싱가포르였다.

 

 

나의 첫 해외 여행지 싱가포르,

처음이었던 만큼 많은 추억을 남겼다.

 

싱가포르는 내게 해외 여행의 즐거움을 알려준 나라다. 말이 통하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의 경험이 그 후덥지근한 공기가 그리고 처음 걸어보는 골목의 운치와 익숙치 않은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이 얼마나 크게 가슴에 남는지 싱가포르는 하나하나 설명하듯 새로운 경험들을 선사했다. 여행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일년에 한번씩은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다가오는 2015년 새해는 방콕에서 맞이 할 예정이다.

 

두번째 여행지 홍콩과 마카오,

도시라고 다 똑같진 않더라. 서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도시.

 

화려한 카테고리를 자랑하는 여느 여행 블로거들에 비하면 내 카테고리는 초라하기만 하다. 여행의 매력에 푹 빠졌건만 나는 여전히 여행 초보다. 그간 여행사를 통한 비행기 호텔 패키지를 애용한 탓에 이번 방콕 여행에서야 처음으로 비행기와 숙소를 직접 예약했고 지금은 여행자 보험 가입을 위해 인터넷을 뒤적이는 중이다. 여행을 위한 준비들 그리고 여행 중에 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여전히 새롭고 처음 해보는 일들이다. 그야말로 여행 초보인 것이다.

 

첫번째 유럽 여행지 이탈리아,

말이 필요 없다.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

 

나같은 초보가 여행을 결심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여행지 가이드북을 구매하는 것. 그간 매번의 여행을 위해 여행지 가이드북을 구매했고 이번 방콕 여행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매번 흥미로운 여행기를 올리는 한 블로거가 여행전 여행지와 관련된 책을 읽는 다는 말에 나도 덩달아 책 한권을 구매하게 되었다. 가이드 북 외에 여행과 관련해 처음 구매한 책이었다.  그 책이 바로 'On the Road 카오산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방콕에 대한 정보와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길 바라며 책장을 펼쳤지만 기대와는 조금 다른 책이었다. 이 책에 카오산 로드는 없었다.

 

On the Road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에는

태국이 아닌 여행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On the Road 카오산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자가 카오산로드에서 만난 장기 여행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방콕과 관련된 이야기를 원한 내 바램은 엇나갔지만 장기 여행자들의 말을 고스란히 옮긴 이 책은 여행 초보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커다란 가방을 앞뒤로 멘 여행자들의 모습과 몇달에서 수년에 걸친 여행 이야기는 나를 설레게 했다.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떠나야만 할 것 같았다.


여행에 매력에 빠진 나는 장기 여행하는 내 모습을 종종 그려보곤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 꿈은 현실이라는 벽을 넘지 못한다. 어찌 지금의 모든 것을 뒤로하고 무심한척 떠나버릴 수 있겠는가?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을 어찌 포기하고, 불황이라는 그늘 아래 점점 더 어려워지는 구직과 남들에 뒤처진다는 불안감을 어찌 극복하며, 떠남의 이면에 남겨진 사람들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가장 걱정 스러운 것은 다름아닌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현실을 구역질 없이 삼켜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지금도 내 생애 첫 해외여행이었던 싱가포르 여행의 끝자락에 느낀 거북함을 잊지 못한다. 일상으로 복귀에 대한 격한 거부반응. 귀국 당일엔 입맛조차 떨어졌었다. 마치 100일 휴가에서 복귀하는 이등병마냥 그 불편하고 거북한 감정을 여행의 끝자락 마다 느껴왔다. 2년여의 장기 여행 후라면 이런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게아니라면 일상을 부정하는 사회 부적응자가 되버릴지도...

 

여행자들의 인터뷰 내용 뿐만 아니라

그들을 담은 사진들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이 책에는 여행에 대한 내 고민과 그 해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가 생각한 이 모든 것들을 여행의 고수들 또한 이미 고민했고 극복했다. 그리고 그들은 떠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생각을 머리로는 이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떠나게 만들만큼 인상적이지는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사람으로 가득찬 만원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 상황 만큼이나 내가 모순되기 때문일까? 나는 여전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반복되는 일상에 한숨을 내쉬지만 모든 것을 등질 용기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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