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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REVIEW/책

세계사 100년을 관통한 100세 노인의 모험기,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by in사하라 2014.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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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100년을 관통한 100세 노인의 모험기,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The 100 year 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

 

 

오랜만의 소설책이다. 마지막 소설이 뭐였더라, 아마도 2013년 3월에 읽은 '그리스인 조르바'가 마지막 소설이었던 것 같다. 1년 반이 훌쩍 넘어 소설책을 다시 손에 쥐게 된 것이다. 그간 소설책을 멀리한 이유는 나의 부족한 소양에 걸맞는 독서 편력이 첫째요, 거기에 책을 사기만하고 읽지 않는 게으름이 거든 탓이다. 여튼 나는 소설책을 즐기지 않는 편인데 우연찮은(?) 기회에 이 책을 손에 넣게 되었다. '창문 넘어 도망친 백세 노인'을 읽게된 영광은 모두 '도서 정가제'를 시행해 준 친절한 정부에 돌려 본다. 덕분에 이 흥미진진한 책을 다른 한 무더기의 책들과 함께 구매할 수 있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백세 생일을 맞은 한 노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저 남들처럼 흔한 축하와 케이크에 꽂힌 초가 몇개인지 헤아리는 대신 창문을 넘어선 남다른 노인의 이야기. 100세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남다르거늘 100세에 특별한 모험을 떠난 노인의 흔치 않은 이야기이다. 누가 느릿느릿 월담한 노인의 이야기를 좋아하겠나 싶지만 책장은 술술 잘도 넘어간다. 창문을 넘어선 후부터 이어지는 현재의 모험과 100년 세계사를 관통하는 그의 과거 이야기는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이 소설이 흥행하는 데 있어 100이라는 숫자는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알란처럼 100년을 살아 온 사람을 찾아보기란 식탁 위의 김치마냥 쉽지는 않기에 흔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지난 100년의 세계사는 잔혹했기에 100년을 살아온 이들의 삶은 진귀하다. 그러나 어느 나이의 귀함의 여부와는 별개로 100세를 넘긴 이들의 삶이 알란의 그것처럼 모두 흥미진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세계사를 이끈 허구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 알란은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의 순간들과 수많은 위인들 곁에 있었고 이는 마치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역사의 이면 혹은 숨겨진 이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내게 이 소설이 특별하게 남은 이유는 두가지 시점의 이야기가 교차로 서술되다 만나는 책의 독특한 구성이나 100세 노인의 모험과 100년 세계사를 훑어 나가는 소재의 독특함이 아니었다. 이들은 이 책의 분명한 재미 요소들이었지만 내게 이 책이 특별해진 이유는 다름 아닌 알란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었다.


그는 그저 흐르는 대로 살아간다. 매순간 살아가며 선택하는 일들의 결과에 후회하지 않고 부정적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애써 현실을 왜곡하지도 않는다.  이런 삶에선 거짓을 입에 담을 필요조차 없어진다. 그에게 결과란 그저 받아들이고 순응해야할 것이지 극복해야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알란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매순간 현실에 불만족하고 결과를 부정하는 현대인의 삶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물론 소설일 따름이다. 그는 상상의 산물일뿐 실존하지 않으니 그러한 사고방식이 현세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스트레스와 분노, 슬픔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그저 사유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선택의 결과에 조금은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100세라는 흔치 않은 주인공의 모험기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모양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벌써 5개월째 베스트셀러 목록에 포함되어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100세 노인의 모험기는 계속되고 있다.

 

Info.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100세 노인 알란의 이 놀랍고 흥미진진한 모험기는 영화로도 개봉되었다. [영화 정보 확인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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