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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REVIEW/책

나의 첫번째 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by in사하라 201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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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번째 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시인은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본다."

 

 

산문집, 나와 어울리거나 익숙한 종류의 장르는 분명 아닐진데, 그 앞에 붙은 단어가 묘하게 나를 잡아 끌었다. 그 단어는 바로 '여행'이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아니 그보다는 간절하다. 사람이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할 때 간절해지듯 떠나지 못하는 나에게 여행은 그렇게도 간절하다. 그렇게 잠시동안 몇번 떠나보지 못했던 여행지를 더듬거리다 서점을 나섰다. 그런데 그 순간 내 손에 뜻하지 않았던 책 한 권이 들려있더라. 그 책이 바로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였다.

 

이병률 작가의 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는 나의 첫번째 산문집이었다.

 

 

나의 첫번째 '여행' 산문집
나는 시집, 산문집 심지어 소설과도 친하지 못하다. 명확하지 못한 글귀는 좀처럼 내 뇌를 스치지 못하고 눈에만 멤돌다 흘러버린다. 그래서 'A는 B다'와 같은 명확한 정의가 가득한 책엔 강하지만 은유니 비유니 하는 에둘러 말하기엔 익숙치 못하다. 그래서 시인의 말은 내게 감흥을 불러일으키기는 커녕 집중조차 시키지 못한다. 내 뇌가 이를 거부하는지 아니면 감정이 메마른 탓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튼 나는 산문집을 읽어 본 적이 없다. 이런 내게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는  처음 경험하는 산문집이었다. 최소한 내 돈 주고 산 첫번째 산문집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산문이 뭐였더라... 언젠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것 같긴 한데 말이지...

 

책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사진들은 여행 욕구를 부추기는 데 충분하다.

저자는 글 뿐만 아니라 사진에도 일가견이 있는듯 하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느끼는 사람들
시인은 관찰력이 남다르단다. 똑같은 풍경을 보고도 다른 것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한단다. 언젠가 글을 잘 쓰고 싶어 읽었던 몇 권의 글쓰기 책들은 내게 '글을 잘 쓰고 싶거든 관찰하는 버릇을 들이세요.'라고 말했다. 여튼 시인은 나랑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기는 하는가 보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의 저자는 분명 다른 것들을 보고 있더라.

 

나도 그처럼 똑같이 여행을 했다. 특히 저자가 홍콩을 이야기할 땐 지난 여름 휴가가 떠올라 설레었다. 그때 아마도 내가 봤던 풍경과 사람들을 저자도 봤을 것이다. 짜증이 솟구쳤던 피크 트램을 후텁지근했던 침사추이의 공기를 그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홍콩을 다녀온 후 내가 야경과 완탕면을 이야기할 때 저자는 영국 청년 앤드류의 여행 가방이야기를 풀어냈다. 저자와 나는 같은 곳에 있었지만 다른 것들을 본 것이다. 

 

나는 여행을 통해 그저 피상적인 것들만 보고 기억한다.

하지만 같은 풍경에서 다른 것들을 보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쓰자
블로그에 이런 저런 글을 쓰면서 그 형식에 항상 고심이다. 어떤 문체로 글을 써야 할지, 어미는 '~다'로 끝낼지 존대로 '~습니다'로 끝내야 할지 언제나 고민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내가 어찌나 초라하던지... 저자는 책을 저술하면서도 어미따윈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기 편한 어미로 글을 풀어낸다. 심지어 책엔 페이지 조차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쓰자, 나도 그냥 쓰자.

 


산문집과 나의 첫 조우는 제법 인상깊었다. 아련한 여행지의 기억들과 떠나지 못하는 간절함이 어우러져 읽는 내내 아릿했다. 나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리고 저자처럼 같은 풍경 속 다른 것들을 볼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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