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REVIEW/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나이를 먹는 다는 것

by in사하라 2012. 12. 31.
300x250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Trouble With The Curve
영화를 통해 본 나이를 먹는 다는 것에 대한 고찰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가입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몇해째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10만명당 81.9명으로 일본(17.9명), 미국(14.5명)과 비교해 엄청난 노인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람이 죽는 것은 당연하다. 나이가 들어 죽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고 이치이다. 하지만 자살의 경우는 다르다. 자살은 자연의 섭리와는 관련이 없다. 자살은 인간의 생리적인 수명에 의한 죽음이 아닌 자의적으로 또 고의적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살률이라는 통계는 사회의 성숙도와 안정도을 평가하는데 주요한 지표가 된다.

노인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노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데 있다. 자신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매번 외면당하는 현실에 자존감을 잃어버린 그들의 선택은 결국 극단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노인들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두가지 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번째는 사회의 구조적인 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여기서 사회 구조적인 면이란 국가의 노인 복지 정책을 의미한다. 우리 나라는 노인에 대한 복지가 빈약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그나마도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복지 정책이라는 것이 기초 생활비에 조차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 몇푼이 전부일 따름이다. 올바른 복지는 돈 몇푼이 아닌 노인들에게 설자리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자존감을 갖고 그들 삶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노인들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다. 노인 문제의 근간에는 이러한 인식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이 힘 없고 무지한 존재라 생각한다. 특히 이런 생각은 우리나라에서 더욱 심한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짧은 정년 나이, 퇴직 후 직업 선택 폭의 제한 등은 이러한 인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즉 노인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그들의 자존감을 상실토록 만드는 환경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는 노인 문제와 관련해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영화의 주인공인 거스 로벨(극중 클린트 이스트우드)은 유능한 스카우터지만 변해가는 스카우터 시장의 환경을 거부한채 오랜 자신의 방식을 고수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시력도 점점 떨어지고 오랜 방식만을 고집하는 그의 능력에 구단은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이런 그를 걱정하는 그의 딸과 스카우팅을 위한 동행에서 되찾는 가족애가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의 줄거리이다.

거스 로벨의 이런 상황은 우리 나라의 여느 노인들과 다르지 않다. 나이가 들어 자신의 설자리를 위협 받는 모습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컴퓨터나 통계로는 볼 수 없는 부분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배트에 공이 맞거나 공이 글러브에 꽂힐때의 소리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수 있다. 이것이 바로 노하우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노인들에 대한 인식은 그들의 오랜 세월의 경험과 노하우를 경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많은 것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 하지만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시간에 의한 변화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것들이 존재한다. 일본의 경우 이런 면에서는 분명 우리보다 성숙해 있다. 그들은 전통의 소중함을 알고 이를 지키고 가업으로 이어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는 성공이라는 명목아래 높은 곳만을 바라볼 뿐 전통을 이어 가는데 관심이 없다. 오히려 어떤 일들에 대해서는 부끄러움,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 노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이런 인식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이런 생각의 변화 없이는 결코 세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로부터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노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지역 갈등만큼이나 큰 고민거리이다. 의학의 발달로 앞으로 우리의 수명은 더욱 길어질 것이고 노인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몇몇 젊은 사람들은 평생 나는 저렇게 늙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20대의 젊음도 세월이 흐르면 생기는 주름을 막지는 못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지금의 노인 문제가 내 일이 아니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시간은 흐르고 나이는 먹는다. 언젠가는 그 문제의 중심에 내가 있을 것은 자명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문제의 해결은 인식의 변화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아 영화를 본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데에만 집중했는데, 참 재미있는 영화였다. 조용하고 차분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야구와의 결합으로 중심을 지켰고, 무엇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는 언제나 옳다. 난 그의 연출이 좋고, 그의 연기가 좋다. 그리고 난 그냥 그가 참 좋다.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예고편  Trouble With the Curve Trailer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