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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REVIEW/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장영희 에세이를 읽고

by in사하라 2012.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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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장영희 에세이
책 한권을 통해 느끼는 힐링



2012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나에게 2012년은 참으로 잔인하고 또 고통스러운 한해였다. 힘차게 시작했던 2012년은 의도치 않은 회의감과 슬럼프로 인해 참으로 힘겨웠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인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서 의도치 않은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생각지도 않은 여유가 기회라면 기회일진데 의미 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잡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내가 살아온 지난 세월이 내 의지가 아닌 그저 흐르는 대로 남들이 옳다 말하는 방향대로 이끌려 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또 그러한 삶이 꼭 싫은 것도 아니었는데, 올 한해는 이런 나를 흔들어 혼돈 속에 밀어 넣은 양상이다.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정신 못차리고 쉬고 있는 나를 위해 한 친구가 책을 선물했다. 자신이 군대에 있던 시절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쓴 작가의 또 다른 책이란다. 나를 찾아 오는 길에 문뜩 내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서점에 들렀다고하니 참으로 속 깊고 정겨운 친구다. 자기가 먹고 싶어 샀다는 귤은 덤이라는 말에 그 친구가 더 고맙게 느껴졌다.

그렇잖아도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온 여유가 당황스러웠던 내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 한권은 집어 들기에도 부담 없고 읽기에도 힘겹지 않았다. 지난 2년간 바쁜 업무와 스트레스로 심신의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멀리했던 책을 다시 집어 들기에 이만한 시작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소설, 에세이와 친하지 않은 내게 장영희라는 작가는 생소했고 이러한 생소함은 편견 없이 책을 읽기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이 책을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오랫만에 집어든 책을 단 하루에 읽어냈다는 뿌듯함보다 책에서 정겨움과 사람 내음을 먼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작가의 영향이 컸으리라.

장영희 작가는 서강대학교의 영어영문학과 교수였다. 하지만 그 전에 어릴적 소아마비로 인해 목발에 의지하지 않으면 한걸음 조차 움직일 수 없는 장애와 세 차례의 암투병을 겪은 한 여인이었다. 그리고 2009년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지금은 그녀의 책들만이 그녀 삶의 흔적으로 남아있다. 위 내용만을 생각한다면 그녀가 또 그녀의 삶이 너무도 불운했고 어두웠을 것 같지만 정작 그녀의 책을 보면 그녀가 결코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밝고 경쾌한 문체는 읽는 내내 독자들을 즐겁게 하고 책에 드러난 그녀의 삶의 방식 또한 긍정적이었다.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 세 차례의 암투병. 이 모든게 한 사람의 삶에서 일어난 일들이라 말하면 많은 이들이 "그 참으로 불운한 삶이구나!" 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장영희 그녀는 자신이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살았을 만큼 긍정적이고, 매번 암투병을 극복하고 다시 독자들에게 돌아올 수 있을정도로 강인한 사람이었다.

내가 그녀의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그녀의 사고방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다.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고있다. 단점을 숨기고 남몰래 극복하려 노력하는 것이 현대인들이 자신의 삶을 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책속의 그녀는 자신의 단점을 책 속에 여과없이 드러내고 인정한다. 떄로는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다짐은 매번 반전으로 마무리 된다. "뭐 이게 나인데 어떻게 하겠어?" 라는 식의 다소 무책임한 그녀의 생각은 허탈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는 것 만큼 용감한 행동은 없다. 손해 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요즘 세상에서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는 것은 바보같은 행동이라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서 용기 있게 단점을 인정하는 그녀의 삶이 내게는 인상 깊었다.

"제일 빡센 군대는 자대다" 라는 말이 있다. 남자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은 누구나 자기가 가장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있는 지금 이 상황에 그 누구보다도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세상에는 분명 나보다 힘든 사람들이 있고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밝은 빛을 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장영희 교수의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아주 가관이다. 모두가 자기가 제일 힘들다고 징징대고있다. 자신의 직장 상사가 제일 악랄하고, 자신의 업무량이 가장 많고, 자신이 가장 늦게까지 일을 한다며 서로 경주라도 하듯 이야기한다. 그들에게 장영희 교수의 책을 소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장영희 교수
1952년 9월 14일 서울에서 영문학자 장왕록(張旺祿)의 딸로 태어났다. 생후 1년 만에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되었으나 역경을 딛고 서울대학교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를 거쳐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 동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이듬해 미국으로 유학하여 1985년 뉴욕주립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85년부터 모교인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번역가와 수필가로도 활동하였다. 2001년 유방암, 2004년 척추암을 이겨낸 뒤 다시 강단에 섰다가 2008년 간암으로 전이되어 투병하였으나 2009년 5월 9일 사망하였다.

목발에 의지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옮길 수 없는 장애와 세 차례의 암투병 속에서도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수필과 일간지의 칼럼 등을 통하여 따뜻한 글로 희망을 전하였다. 수필집으로 《내 생애 단 한번》(2000), 《문학의 숲을 거닐다》(2005), 《축복》(2006),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2009) 등을 펴냈고, 《살아 있는 갈대》《슬픈 카페의 노래》《이름 없는 너에게》 등을 번역하였으며, 중학교 영어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하였다. 한국호손학회·한국헨리제임스학회·한국마크트웨인학회 편집이사, 신영어영문학회·한국비교문학회 이사로 활동하였으며, 1981년 한국번역문학상, 2002년 올해의 문장상을 받았다.

<출처 :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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