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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REVIEW/영화

영화로 보는 체 게바라(모터 싸이클 다이어리, Che)

by in사하라 2010.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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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게바라의 삶을 읽었다. 그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를 그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고자 했다. 그러나 이는 처음부터 불가능했으리라. <체게바라 평전>은 말 그대로 평전일 따름이었다. 책의 저자인 장코르미에가 체게바라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인데다 최선의 자료조사를 통해 구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했다고는 하나 체게바라가 자신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과 그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서술한 것이 아니기에, 저자를 통해 한번은 가공 된 내용을 읽을 수 밖에 없었기에 그러했다.(하지만 그럼에도 장코르미에의 <체게바라 평전>은 분명 체게바라에 대한 현존 최고의 기록물임에 틀림없다.) 이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그의 사상을 그리고 그의 생각들을 단 한 권의 책으로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이 빨간표지의 책 한권으로 '체'라는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700여 페이지의 책장을 모두 넘기고 책을 덮었을 때 오히려 그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던 것은 매력적인 사람, 그리고 매력적인 책 둘 모두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호기심으로 두 편의 영화를 발견하기에 이르른다. 체게바라 평전을 접하기 이전에 이 영화들을 보았다면 이와같은 감명은 없었으리라.



이미 알고 있는 영화였다. 물론 보지는 않았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낭만적인 영화쯤으로 알고있을 따름이었다. 이 영화가 체게바라의 이야기를 그려냈다는 사실은...? 당연히 몰랐다. 그저 <원위크>나 <In to the wild>와 같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 영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영화를 본 후 이 생각이 철저히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천식을 앓던 평범한 한 청년 의학도가 남 아메리카 여행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평범한 성장 영화로 치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의 내용만을 생각한다면 사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을 보게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영화는 체게바라의 삶을 다룬 영화라는 것이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였다는 점이 영화의 생생함과 감흥을 분명히도 증대시켰고, 몰입하게 만들었다. 뿐만아니라 체게바라 이전의 에르네스토 게바라를 볼 수 있었고 미래의 체게바라를 상상케하는 묘한 재미가 있는 영화였다. 눈으로 즐기는 픽션이었지만 분명 한 개인의 역사를 답사하는 즐거운 경험이었던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우상으로 불리우는 한 사람의 청년기를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이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영화는 아마도 장코리미에의 <체게바라 평전>을 기반으로 시나리오가 구성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체게바라를 다룬 여타 서적들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겠으나, 평전의 1부에 해당하는 내용이 영화로 구성된 것이 바로 영화 <모터 싸이클 다이어리>가 아닌가 싶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책의 내용을 영상으로 옮기는데 충실했으며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살려 책의 내용에 생기를 불어 넣고 에르네스토의 여정과 심리변화에 집중한다.


[청년 에르네스토는 결코 손에서 책을 놓는 법이 없다. 밥을 굶을 지라도...]

 
에르네스토 게바라의 8개월여에 걸친 남아메리카 여행의 경로는 다음의 이미지와 같다. 8개월이라는 시간의 길이가 이미 암시하듯 그의 남아메리카 종단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국토횡단, 그것과는 다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땟목을 타고, 걸어서 그것도 무일푼으로 남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한다는 것 자체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체게바라 그의 삶 전체가 아닌 단지 그의 인생의 제 1막에 불과한 그의 8개월 간의 여행기가 영화로서 제작 될 가치가 충분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필자는 그의 여행기 안에서 지금의 20대가 배워야 할 혹은 깨우쳐야 할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에르네스토 게바라의 남아메리카 종단은 그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자신의 꿈을 찾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깨닫게 된, 자신의 사명과 인생의 나침반을 설계할 수 있었던 계기로서의 의미가 더욱 컸던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는, 특히 우리 대학생들은 꿈이 없다. 이 글을 적고있는 필자 또한 꿈이 없어 서글프다. 이러한 우리에게 진심으로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이미지 출처)
http://news.donga.com/Politics/NK/3//20041219/8140518/1?dis_box=1



<Che>,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 그대로 체게바라의 삶을 그려낸 영화이다. 역시나 <체게바라 평전>을 읽고 난 이후 증폭된 호기심을 충족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찾게 된 영화였다. <모터 싸이클 다이어리가>체게바라 이전의 체게바라, 즉 청년 에르네스토를 그리는데 중점을 두고 그가 여행을 통해 가치관을 정립하고 자신의 사명을 찾는 모습을 그린 영화였다면, 영화 <Che>는 완성된 인간으로서의 체게바라를 그리고 그의 발자취를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영화 <Che>는 [1부_아르헨티나], [2부_게릴라]의 2편으로 구성되어있다. <모터 싸이클 다이어리>와 마찬가지로 평전을 기반으로 충실히 연출하는데 노력한 듯 싶었다. 다만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특별한 감정이 한 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이질감'이 그 것이다. 이러한 이질감은 바로 책과 영화 즉, 인쇄물을 읽어내려가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영상과 영화를 통해 제공되는 영상이 서로 부합되지 않아 발생한 것이었다. 기존의 체게바라의 '젊은이들의 우상'이라는 이미지와 평전의 내용이 결합해 한 명의 영웅이 필자의 머릿속에 자리해 영화에서와는 전혀 차별되는 체게바라의 모습이 자리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천식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야위었고, 다소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던 영화 속 체게바라는 필자에게 어색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질감 덕분에 깨달은 사실은 그도 한 명의 인간이라는 사실, 그동안 지나치게 완벽한 인간, 시대의 영웅으로만 그려져 왔던 그도 사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꼈다는 점이다.

체게바라에 대한 수많은 책들이 그의 완벽한 인간성과 그의 삶에 대해 찬양했고, 미화해왔다. 물론 영화에서 연출한 체게바라의 모습이 진정 그의 살아생전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에 대해 남겨진 자료라고는 인터넷에 떠도는 몇장의 사진들과 서점에서 구해볼 수 있는 서적들이 전부일 뿐이니 이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다만 그간 지나치게 미화되어왔던(물론 그가 귀감이되고 본받을 점이 많은 인간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의 모습을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낸 감독의 시도가 필자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간 체게바라의 상품화는 많은 이들에게 얼마나 큰 씁쓸함을 안겨 주었던가.


본인이 알아본 바로는 현재 우리가 찾아 볼 수 있는 체게바라에 대한 영화는 위에 언급한 두 영화 <모터 싸이클 다이어리>, <Che>가 전부인 것 같다. 혹여 체게바라에 대한 관심이 있고, 그의 삶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필히 평전을 읽은 후에 위 두 영화를 찾아 보기를 추천한다. 이는 영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그 감흥의 크기를 배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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